세계 하늘에선 지금 전대미문의 항공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격 예고된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MD)의 결합으로 항공기
업계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민간 여객기와 전투기 시장을 한꺼번에 석권한 거대 공룡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보잉사에 따르면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은 오는 2015년까지 신규와 대체
수요를 통틀어 약 1만5천9백대, 총 1조1천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초 걸프전으로 한파를 맞았던 항공산업은 93년부터 세계 경제의
호전과 함께 흑자로 반전돼 5년째 꽃피는 봄을 맞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높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항공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

연간 14%이상의 고속성장이 가능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시장은 2015년께 현재의 최대 시장인 북미지역을 능가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민간항공기 시장의 양대 산맥은 보잉과 에어버스.

하지만 이번 보잉-MD의 합병으로 보잉의 시장점유율이 70%로 껑충 뛰면서
에어버스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EU가 양사의 결합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던 것도 보잉의 독점을 막아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EU도 결국 공룡의 탄생을 막지는 못했고 에어버스는 이제 초대형
여객기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세기의 맞수인 보잉과 에어버스.

세계는 지금 이들의 불꽃튀는 각축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