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유타 아이다호 등 미국 서부 산악지역 8개주는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지역으로 꼽힌다.

호황의 절정을 맞고 있다는 미국 내에서도 경기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선 지난 91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일자리가 연평균 4.51%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중 미국 전체 고용성장률 2%를 2배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 중부 대서양지역 3개주는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비운을 곱씹고 있다.

6년간 일자리 증가율이 단 0.49%에 머문 것.

왜 지역간에 이같은 성장 편차가 나는 것일까.

답은 사회간접자본(SOC)이다.

SOC 투자와 고용 창출 등 성장이 정확히 비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부 산악지역 8개주의 SOC 투자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28%씩
늘었다.

반면 뉴욕 등 3개주는 0.63%에 그쳤다.

펜실베이니아에 본부를 둔 경제자문회사 리저널파이낸셜어소시에이츠
(RF A)사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같은 연구 조사 결과를 밝혔다.

미국 51개주를 9개 광역으로 구분해 SOC투자 및 일자리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이들 두 항목이 정확히 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기업들이 공장을 새로 지을 때 입지선정과 관련,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도로 교량 공공건물 등 SOC 환경인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최근 SOC환경을 정밀 검토한 끝에 지프차
조립공장 부지를 당초 예정했던 미시건주에서 오하이오주로 전격 변경했다.

총 12억달러가 투입될 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오하이오주가 약속한
SOC 투자규모는 단돈 2천만달러.

오하이오주는 덕분에 최소한 4천9백명의 일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SOC가 지역경제에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임이 확인되면서
미국의 각 주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SOC 확충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미국 전역에서 투자된 SOC 비용은 무려 2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로 등 토목 부문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 전체의 건물 등 건축공사 대비 토목공사 지출비중은
24%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80년대에는 이 비율이 19%에 불과했었다.

각 주들이 자체 SOC 확충에만 눈이 멀어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개 주에 걸쳐 있거나 주간 경계선에 놓여 있는 도로와 교량 등의 공동
건설-보수를 위해 연방정부가 관장하고 있는 연방인프라은행에는 당초
10개주만 출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28개주가 무더기로 추가 참여했다.

지역 경제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연방 전체의 SOC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유치 확대를 겨냥한 각 주간의 이같은 움직임에 미국 연방정부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연방 상원은 지난달 총 4백20억달러 규모의 교통시설 개선예산을 확정한데
이어 연방정부의 고속도로 보수-확장을 위한 예산 20% 증대계획을 통과
시켰다.

"햇볕 들 때 비올 날을 대비하라"는 격언대로 미국은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요즘 미래의 경제 순항을 담보해 줄 SOC 투자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