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판 택배업체인 UPS의 파업이 미국 업계와 노동계 사이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연금지급 범위 확대 <>임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놓고 빚어진
UPS 파업이 12로 8일째를 맞는 가운데 분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UPS의 노사 양측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10일에도 핵심 쟁점사항에 대한
절충을 시도했지만 기본적인 의견접근 조차 이루지 못했다.

양측이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강경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결과이다.

UPS 사태가 이처럼 암운(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이번 분규가 단순히
일개 회사의 노사협상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있어서다.

특히 노조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노동운동의 총본산이라 할 AFL-CIO(전미산별로련)가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은 "허드렛 일꾼들에게도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며 저임을 감수해 온 UPS의 파업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UPS 임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의 연평균
급여는 1만달러.

월 평균 8백달러(약 72만원) 남짓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이번 파업에 불참한 정규직 운전사들의 경우 시간당 19.95달러(입사
3년차 기준)의 "고임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

AFL-CIO가 "UPS 파업 부추기기"에 나선 데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쳐 미 대륙을 휩쓸고 지나간 불황과
그에 따른 "구조 조정(restructuring)"의 여파로 노동운동의 설 땅이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 등 미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에서 노조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유명무실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AFL-CIO 가맹 노동자 1천3백만명 가운데 제조업 근무자는 단
17%로 감소했다.

미국 노동운동의 "전성기"였던 60년대에 4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AFL-CIO등 미국 노동계는 UPS파업을 노동운동의 회생 계기로 보고
있다.

UPS 근로자들도 명백한 저임을 감수해 온 만큼 이번 파업을 장기화
시키더라도 국민의 동정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속내"에 대한 전문가들의 눈길은 사뭇 냉소적이다.

저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단순 노무자들을 앞세워 노동운동의 "불씨"를
되지피려는 것은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단순 노무자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없다. 그런 노무직을
부추겨 임금 투쟁을 벌이도록 하는 것은 미국 전체의 경제 흐름을 또다시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질게 뻔하다"(럿거스대학 레오 트로이 교수).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신문들은 이번 UPS사태가 AFL-CIO에
"권토중래"의 전기로 작용할지, 아니면 또다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자해 행위로 귀결될지에 촛점을 맞춰 연일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