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An act of God, Economist >

엘 니뇨는 "아기 예수"답지 않게 무자비하다.

엘 니뇨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던 페루의 82~83년을 되돌아보면 엘 니뇨의
공포를 짐작할 수 있다.

페루의 83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2%였다.

멕시코가 82년도 외채상환중단을 선언하면서 중남미지역 경제가 혼란상태
에 빠진 것이 불황의 주요인이지만 엘 니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페루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페루의 농업부문 생산이 8.5%나 감소했고 페루 경제의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업부문 생산은 무려 40%의 감소율을 기록했었다.

어업부문 피해는 엘 니뇨로 해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엘 니뇨가 없는 보통 때 페루해역엔 남극에서부터 오는 훔볼트 한류가
흐른다.

이 한류는 풍부한 플랑크톤을 가지고 있어 어부들에게 황금어장을
선사한다.

페루가 세계 최대의 어류수출국이 된 것도 이같은 자연의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 니뇨의 난류로 인해 플랑크톤이 격감하면서 어장이 황폐화돼
연간 10억달러나 되는 어류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엘 니뇨가 몰고 오는 비구름은 사토지질로 인해 가뜩이나 비에 약한 페루
땅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동시에 엘 니뇨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접경지역에 있는 티티카카호수
주변의 고원지대를 가뭄으로 바짝 메마르게 만든다.

이 고원지대에서 감자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엘 니뇨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졸지에 걸인으로 전락해 사회문제가 됐었다.

페루는 경제를 복구하는데 10년정도나 걸렸다.

물론 반정부 세력의 투쟁같은 정국 혼란으로 경제회복 기간이 길어진 점도
있다.

이런 역사의 교훈으로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부는 이번 엘 니뇨에
대해선 방어대책을 단단히 수립해 놓고 있다.

이미 1천9백만달러의 엘 니뇨용 긴급자금을 챙겨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