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슬럼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빌 클린턴정부가 "워싱턴 살리기"에 나섰다.

워싱턴은 백악관과 의사당이 있는 미국의 수도지만 쓰레기 천지에 공중
위생이 엉망이며 교육서비스가 낙후돼 있는 빚더미 시정으로 악명이 높다.

이 수도는 금년에도 시예산이 5억달러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백악관과 연방의회는 워싱턴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겠다며 연방
정부 예산을 워싱턴에 투입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처방은 클린턴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특별 예산을
집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특위 활동 기간을 4년으로 한정하고 교육 공중위생 치안서비스등을 수준급
으로 끌어 올려 남부끄럽지 않은 미국 수도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매리언 배리 워싱턴시장은 연방정부의 "구조안"에 발끈 하고 있다.

연방정부 계획대로라면 특별위원회의 의장이 워싱턴시장 역할을 하고
자신은 허수아비로 앉아 있어야 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이 흑인시장은 "민권을 약탈하려는 파렴치한 시도"라며 클린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흑인이 도시인구의 66%를 차지하는 워싱턴의 특성을 반영, 클린턴
정부 계획을 백인들의 음모로 해석하는 얘기마저 나도는등 "워싱턴 살리기"
가 그리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