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몽마르트의 크레딧 아그리콜은행지점.이곳 텔러의 현금서랍에는 단
1프랑도 없다.

모든 예금 입출금은 7개의 자동화 텔러머신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은행원들은 돈을 계산하고 거슬러주는 지루하고 단순한 업무 대신 주식
펀드와 보험판매에 열중한다.

코펜하겐의 최대 택시회사인 탁사(TAXA).

택시를 고객에 보내주면 고객이 직접 운전한다.

운전기사가 따로 없다.

독일 스튜투가르트의 브레이닝거백화점.

여기선 로봇이 판매를 돕는다.

유럽은 지금 "자동화"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고임금" 벽에 부딪힌 경쟁력을 "자동화"를 바탕으로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다.

최근 독일 제조업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30-37달러선.

반면 자동화운영비는 시간당 10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동화비용은 계속 내려간다.

지난 80년대 9만달러정도하던 세계 ABB의 초보로봇 가격은 지금
4만5천달러선이다.

이 회사 유연자동화공장본부(취리히)의 스텔리오 덴마크사장은 "자동화
가격과 임금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올해 유럽
지역 매출을 지난해(14억달러)보다 20%이상 늘어난 16-18억달러로 잡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자동화열풍은 벌써부터 유럽의 사양산업들을 다시 전성기시절로
돌려 놓는 결실을 맺고 있다.

프랑스의 유리와 도자기,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의 목재와 종이, 이탈리아
섬유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트레비소에 있는 베네통그룹 공장창고.

하루 3만개의 박스를 처리하는 이곳 종업원은 단 19명.

바쁘게 움직이는 로봇이 없다면 4백명의 인원이 필요한 창고다.

베네통부활의 밑바탕인 셈이다.

최근 유럽에 좌파정부가 들어서면서 "임금감소없는 노동시간축소"가 한창
논의중이나 정치권의 뜻에 아랑곳없이 자동화물결은 돌이킬수 없는 듯한
분위기다.

"기업들은 자동화가 그들이 생존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독일 최대 자동화이슈관련 싱크탱크인 생산자동화연구소의 마틴
해겔레 소장)는 분석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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