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자동차업계의 화두는 단연 "일본 때려잡기"(Japan Bashing).

도요타 혼다 등에 빼앗겼던 미국 빅3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그 선두에 로버트 이튼 크라이슬러(56) 회장이 있다.

"핏속에도 휘발유가 흐른다"는 자동차의 사나이 이튼회장.

그의 온화한 얼굴 뒤에는 언제나 날카로운 전략과 전술이 숨겨져있다.

치밀한 전략가답게 그의 사전에는 실패란 단어가 없다.

이튼회장은 지난 92년 30년간 몸담았던 GM을 떠나 크라이슬러로 옮겼다.

당시 크라이슬러 이사회가 아이아코카회장 후임으로 이튼을 지명한 것.

이튼의 전 직책은 한창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던 GM의 유럽본부장이었다.

그가 크라이슬러회장으로 취임하자 주위에서는 "과연 아이아코카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줄곧 성공의 가도를 달려온 그도 아이아코카의 명성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첫해부터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GM 유럽본부장시절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노하우를
살려 취임 첫해부터 놀라운 경영성과를 발휘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74%의 순익증가율을 달성, "올해의 기업"(포브스
선정)으로 뽑히는 영광까지 차지했다.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그의 별명이 또다시 입증된 것이다.

콜로라도 태생인 그는 전임 아이아코카와는 다른 면모를 지녔다.

아이아코카가 80년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크라이슬러를 살려냈다는 화려한
유명세를 만끽했다면 이튼은 가급적이면 무대조명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튼은 실제 입버릇처럼 "아이아코카같이 TV광고에 출연해 크라이슬러를
선전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이튼은 경영자로서의 자신을 "팀워크"를 강조하는 팀리더라고 평한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참여주의식 경영을 선호한다"고
말한바 있다.

많은 목표를 설정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위한 성취방법은 각자에게 맡긴다.

이는 그가 GM 유럽본부장시절 참모들에게 호감을 사면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던 비결이기도 했다.

크라이슬러 외인부대로서 내부 출신 중역들과의 갈등없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팀워크를 강조한 경영철학 덕분이었다.

대표적인게 로버트 루츠 현부회장과의 관계.

루츠 부회장은 92년당시 크라이슬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아이아코카를
뒤이을 차기회장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었다.

결국 이튼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세간에는 두사람간의 불편한 관계가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튼은 특유의 화합력을 발휘, 두사람의 관계를 환상의 콤비로
만들었다.

이튼은 가장 미국적인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이는 경영방식에서 그대로 투영된다.

그는 실제 미국 자동차메이커가 일본의 생산방식을 흉내내서는 결코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도입한게 "플랫폼 팀"이라는 신생산방식.

엔지니어 디자이너 부품업체 생산자 등이 차량의 기본 설계부터 제작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에 동시 참여, 수행하는 방식으로 크라이슬러는
이를 통해 생산기간을 24개월로 단축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대당 코스트도 GM과 포드의 절반수준으로 낮췄다.

21세기 자동차 대전쟁시대를 맞아 크라이슬러 또한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대해 이튼회장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우리는 양적인 경쟁은 안할 것이다.

실속있는 장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GM은 60년대에, 포드는 80년대에 각각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지금와서 흔들리고 있다.

오는 2000년대는 크라이슬러의 해가 될 것이다"라고.

< 디트로이트 = 정종태 기자 >


[[ 약력 ]]

<>1940년 미국 콜로라도 출생
<>1963년 캔자스대 기계공학과 졸업, GM입사
<>1982년 GM부사장
<>1992년 크라이슬러 부회장겸 CEO
<>1993년 크라이슬러 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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