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시장은 이제 투자매력을 상실했는가"

엄청난 성장 잠재력으로 선진 자동차업체들간의 마지막 격전장으로 남아
있는 중국.

최근 이곳을 향한 선진 업체들의 발걸음이 급속히 둔해지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일부 업체는 당초 생산계획을 대폭 하향조정하는가 하면
아예 생산거점을 철수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올초 푸조자동차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광저우(광주)지역의 승용차공장을
매각키로 결정한데 이어 크라이슬러도 최근 중국 베이징사무소의 문을
닫았다.

크라이슬러는 곧바로 중국에 대규모 승용차공장을 설립하려는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슬러는 사무소를 폐쇄한 배경에 대해 "성장속도가 느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크라이슬러의 이번 방침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향해 치닫고
있는 많은 선진 업체들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GM과 포드 벤츠등 몇몇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생산계획의 수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선진 업체들이 중국으로부터 한발짝 물러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는데 원인을 들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시장이 사실상 지난 94년부터 공급과잉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률은 매년 눈에띄게 줄어들어 지난해의
경우 고작 2.6%로 전자나 석유화학등 다른 부문 성장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남미등과 함께 이머징 마켓으로 불리는 중국시장이 무한한
시험대로 인식됐다. 이에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진출했지만 결
과적으론 잠재력이 아직 물밖으로 선뜻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게 현지에
진출한 업체들의 솔직한 현실판단이다.

중국정부의 지나친 규제정책도 선진 업체들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정부는 등록세 부가가치세 도로세등을 포함, 많게는 자동차구매 가격의
75%까지 세금으로 물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에는 인플레 우려와 관련법규 미비를 이유로 자동차 할부
구입정책까지 무기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금융제도가 일천해 가뜩이나 돈줄이 막혀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만들면 무조건 팔릴 것이란 생각에서 들어왔지만 상황은 달랐다. 시장
환경은 갈수록 나빠져 재고는 쌓이고 정부의 규제는 심해지고...이윤을
보고 움직이는 기업으로서 투자욕구가 생기겠는가"

현지에 진출한 서방기업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중국 자동차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창춘공장은
올해 생산목표치를 당초보다 절반수준으로 내려 잡았지만 이마저도 성패가
불확실하다.

도로여건이나 은행의 대출환경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는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결정적
인 요인이다.

결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은 뻔한 사실.

이에따라 요즘 중국에서는 한계상황에 처한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개혁과 개방의 물결을 타고 경쟁적으로 설립된 자동차업체들이 오는
2000년께면 3~4개정도로 통합돼야 한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중인 기업들로선
당장은 한발만 담가 놓고 앞으로의 추이를 엿보는 것이 현실적인 계산이라고
보고 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