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고수인가, 아니면 과감한 탈피인가"

스웨덴의 양대 자동차메이커인 볼보와 사브.

세계적으로 안전철학을 대변하는 이들 두업체가 요즘 무서운 속도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변신의 방향은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

물론 그 변신이 성공할 지 아직 누구도 모른다.

볼보와 사브는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유지해 왔다.

어느차보다도 "튼튼한 차"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깊이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러한 단조로운 이미지로는 급변하는 환경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량만 보더라도 역부족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양사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 86년(볼보 11만여대, 사브 4만7천여대) 정점을
이룬이후 계속 급전직하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86년보다 무려 3분의 1정도가 줄어들었다.

유럽자동차산업 전문가인 댄 존스 교수는 "소비자들 니즈에 대한 무관심,
고비용, 협소한 국내시장 등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사브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에 파워윈도나 컵홀더를 달지 않았다.

복잡함보다는 간결함을 즐기는 자국민의 취향에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의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양사는 뒤늦게 대대적인 전략수정에 나섰다.

우선 양사는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각각 모델로 삼았다.

이에따라 디자인의 혁신은 물론 모델수와 생산량에도 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양사는 또 이같은 새로운 전략을 이끌고 갈 최고 전략가도 긴급
수혈받았다.

볼보는 외부에서 요한슨 사장을 영입했다.

볼보가 사장을 바꾼 것은 90년대들어 이번이 4번째다.

요한슨 사장이 들어선 이후 볼보는 대대적인 혁신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단형이 주류를 이룬 볼보에는 모델의 다양화가 급선무.

볼보가 처음 선보인 2도어 쿠페스타일의 "C70"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기존 볼보차와는 달리 뒷좌석 공간을 넓히는 등 안락함과 편의성을
강조했다.

이 차는 올가을 미국에 진출, 동급차보다 싼 4만5천달러의 가격에
팔릴 예정이다.

볼보는 이밖에 신모델 개발을 통한 라인업 확대와 생산량 증대도
계획중이다.

요한슨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볼보는 생산기간이나 비용을 지금보다
훨씬 줄여나가야 한다"며 "아직도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브는 볼보와는 다소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규모확대 대신 현재의 라인업을 축소해 효율성을 살리는 한편 유행보다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더욱 강조했다.

특히 미국 GM에 자사지분 절반을 매각한 이후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그 개혁의 지휘는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GM출신의 로버트 핸리씨가
맡았다.

핸리씨는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소형차 생산방침을 철회했다.

생산전략과 소비자 타깃층도 새로 설정했다.

사브는 올가을 "9000"의 후속모델인 "9-5"를 내놓는다.

이 차는 V자형의 그릴이나 리어램프 등을 적용, 사브의 전통 디자인에
미국적인 스타일을 가미했다.

볼보와 사브의 이같은 몸부림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내부의 노력만큼 외부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브가 사실상 독창성을 버리고 GM에 가까이 다가선 것처럼 볼보도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에 잡아 먹힐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웨덴 자동차메이커의 성공은 소비자들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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