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위기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관련국들의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동남아위기는 단순히 통화위기를 벗어나 금융전반으로 확산
되는 양상마저 보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5일 방콕주식시장은 오전 한때 국제핫머니(단기유동성자금)들의 단기차익
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지수(SET)가 전날보다 11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 SET는 그러나 지난주말보다 16.64포인트나 떨어진 6백11.91포인트를
기록했었다.

태국의 주식시장은 2일 중앙은행이 바트화의 평가절하를 용인한 이래 줄곧
상승세를 유지해 왔으나 이번주들어 단기차익을 노린 매도세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안정적인 시장으로 꼽히던 싱가포르주식시장이 14일 급락, ST지수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싱가포르텔리콤등 우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각국이 화폐의 평가절하를 받아들이는 조치를 취하면서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오르내림이 심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국제핫머니들의 매매공방이 이들국가의 주식시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 통화들에 대한 매도압력은 계속 이어져 15일 오전 말레이시아
링기트는 1년반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2.5590링기트까지 떨어졌다.

이에 앞서 뉴욕시장에서는 2.5700링기트까지 급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관계자들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링기트의 단기저지선을 달러당
2.5700링기트로 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루피(인도네시아), 바트(태국), 페소(필리핀)등은 15일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국제외환시장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달러당 2.5500링기트에서 개입
했으나 통화방어에 실패, 사실상 링기트도 바트 페소 루피에 이어 중앙은행
이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관련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대행(재무장관겸직)은 "투기적
인 세력이 동남아 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뒤 "링기트는
말레이시아경제에 비춰 결코 고평가됐던 것이 아니며 곧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