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홍찬선 기자 ]

바트화 폭락으로 태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현지 내수비중이 높은 제조업체와 바트화 표시 계약이 많은 건설회사들이
주요 피해자로 확인되고 있다.

은행 종금도 형태가 다르긴 하나 대규모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팝공 공단.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길을 따라 1시간 남짓 달리면 공업단지가 나온다.

이번 바트화 폭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삼성전기 태국지사도
이곳에 입주해있다.

채종율 지사장은 "부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95%에 달해 이번 바트화
가치 하락에서 오히려 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처럼 바트화 폭락으로 득을 보고 있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대부분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공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방콕관장은 "이번 바트화 폭락으로 득을
본 업체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재형 산업은행 방콕사무소장도 "한화종합화학 신호제지 등 달러를 빌려
바트화로 자산을 갖고 있는 투자업체들은 15~20%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그는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헷지비용이 7~8%에 달해 대부분의 회사들이
스왑 등을 통해 헷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LG 선경 등 건설업체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억달러를 넘는 수주금액중 절반이상이 바트화로 계약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4억5천만달러중 3억9천만달러 규모를 바트화 계약으로
갖고 있다(해외건설협회).

대형 석유화학업체인 TPI사가 경기후퇴를 이유로 진행중인 공사를 중단
하고 계획중인 사업의 일부를 연기한 것도 현지진출 건설업체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태국내수비중이 높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태국지사 관계자는 "태국 내수시장 비중이 80%에 달하고 수출은
20%를 밑돈다"며 "바트화폭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도 바트화 폭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출해준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태국투자규모는 지난 3월말 현재 43억달러.

이중 대부분이 태국정부로부터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은 91개 단자회사
(finance company)에 집중돼 있다.

자금악화설이 나돌고 있는 알파텍사와 사하비리바철강에도 상당 금액의
대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유덕희 외환은행 방콕지점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본사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태국에 투자규모가 제일 크고 수출액도 많은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번에 피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정성민 지사장)와
삼성물산(김용주 지사장)의 태국지사장을 서울로 불러 사태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바트화 폭락에 따른 손실.

"어"하는 사이에 당했는데 후속 대응도 지연된다면 실제 손해액은 더 커질
것이라는게 현지 한국인의 시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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