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Beer, sandwiches and statistics July 18, Economist >

노조의 힘이 강한 나라일수록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은
꽤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노조의 힘이 강하면 사용자와의 임금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 더 많은 임금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고용인원을
늘릴 수 없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노조력에 의한 임금인상은 노동시장여건을 비탄력적으로 경색
시켜 실업률을 높이고 해당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노조원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80년부터 94년까지 노조원 수가 줄어든 국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에 달했다.

그러나 노조원수의 여부는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가 아니다.

임금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단체협약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노조원수가 지난 10여년간 급격히 감소한게 사실
이지만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법에 의해 단체협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호주 영국은 노조원수도 줄었고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수도
감소했다.

그런데도 이들 국가의 실업률은 다른 서유럽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획기적인 변화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협상은 회사별로 진행된다.

심지어는 회사가 개개인과 협상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북유럽국가들은 산업별 단체협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협약이 체결되면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임금조건을 적용받는다.

영국과 뉴질랜드 스웨덴은 법 개정을 통해 산업별 단체협약이 금지됨에
따라 협약체결의 탈분권화가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중앙집권화된 산업별 단체협약과 업체별 단체협약이 임금구조 및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은 각양각색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OECD가 곧 발표할 "노동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단체협약이 산업별로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간에 실업률(또는 고용률)과는
깊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보고서는 OECD의 노동개혁 추진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여기에는 주의깊게 해석해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예컨대 산업별 단체협약 여부는 경제규모와 관련이 많은데다 이 보고서가
통계로 잡은 94년이후 노동조합은 영국의 경우처럼 엄청난 변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OECD 보고서 내용중 눈여겨볼 대목은 단체협약의 구조가 임금불평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간의 임금격차는 중앙집권화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이다.

독일과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의 임금불평등이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낮다는
사실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OECD의 노동개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관심을 끌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경색된 노동시장 구조를 고치는데 비결은 없다는 것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