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정부가 페소화의 하루변동폭을 사실상 확대함에 따라 11일 페소화
가치가 급락했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화폐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태국 바트화의 급락으로 야기된 동남아 금융위기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자국 화폐방어가 한계를 보이며 사실상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필리핀 페소화는 외환시장에서 전날의 달러당 26.40페소에서
29.45페소까지 급락하는 사태를 보였다.

이같은 페소화급락은 현지언론이 정부고위 관계자를 인용, "중앙은행이
외환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데 따른 것이다.

급격한 페소가치의 하락에 따라 필리핀 중앙은행은 현지시각 오전 10시
외환거래를 중지시켰으며 오는 14일 거래를 재개시키도록 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언론이 보도한 중대한 변화를 페소화의 일일 변동폭 확대로
받아들였으며 가브리엘 싱손 중앙은행총재도 "보다 유연한 환율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평가절하를 허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시장에서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필리핀 중앙은행에 환율변동폭을
확대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필리핀의 이같은 조치가 지난 1주일동안 투기적인
매도세력에 대해 외환보유고를 동원, 화폐가치를 지지해 왔던 필리핀
중앙은행이 더 이상의 방어에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필리핀정부의 조치는 즉각 전해져 바트(태국) 링기트(말레이시아)
루피아(인도네시아)등 여타 동남아 국가들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렸다.

바트화는 전날 달러당 28바트대에서 거래됐으나 이날 29.75바트까지
떨여졌다.

링기트화 역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지지 개입에도 불구, 전날 달러당
2.4904링기트에서 이날 2.4985링기트까지 하락했다.

또 루피아도 달러당 2,437루피아에 거래돼 전날보다 5루피아정도 떨어졌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 한결같이
경상수지적자를 보이는 등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며 "이에 비하면 이들
화폐가 고평가가 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 동남아 화폐위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