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가 다시 내전의 화염에 휩싸이면서 캄보디아의 경제개발은 물론
동남아시아국의 시장확대 구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내전사태로 인해 캄보디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끊어지고 아세안
(동남아국가연합)의 팽창 계획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 등 아세안국가들에 캄보디아 사태의 불똥이 튀어 아세안 7개국
외무장관들은 10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긴급 대책회의까지 가졌다.

캄보디아에서 무력충돌이 시작됐던 지난 5일 이전에만 하더라도 아세안
정상들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및 라오스 등 3개국을 아세안의 신입회원으로
받아들여 10개 회원국의 이른바 "아세안 텐(10)"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가입건은 지난 5월에 공식 발표됐으며 오는 27,28일로 예정된 연례
아세안외무장관회의에서 확정 발표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캄보디아가 내란상태에 빠지면서 졸지에 "아세안 10"구상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와관련, 아세안의 공식입장은 캄보디아의 경제상황이 아세안 역내에서
교역을 할 만한 조건만 되다면 굳이 회원가입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이런 내정불간섭 원칙에 따라 아세안은 서방의 인권탄압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를 가입시키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캄보디아 사태가 장기적인 내란사태로 들어가 제2의 킬링필드가
발생할 경우엔 아세안에서 인구 1천1백만명의 캄보디아 시장은 제외시켜야
한다는 우려감이 계속 남아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 인구 5억의 아세안시장에서 역내교역을
활성화해 구미 선진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면서 발전을 도모하자는
"아세안 10"구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회원국중에서도 태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훈 센정권이 친베트남적이라는
배경을 의식한듯 캄보디아의 아세안 가입을 재고해야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들은 예정대로 캄보디아를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펴와 이번 사태로 기존 아세안국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세안 가입여부와는 별도로 캄보디아 경제는 최근 3~4년동안 다져온
안정궤도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 93년의 총선이후 표면적이나마 정국이 "2인총리"체제로
안정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가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 외국인이 가지고 온 투자자금에 힘입어 살인적인 물가를 잡고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지난 90년께만해도 1백50%를 웃돌았었던 인플레율이 7.1%(작년기준)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90년대초에만 해도 1%대에 불과했으나 95년이후 6~8%로
높아졌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 끊어지면 경제상황이 다시 악화될 것이 뻔하다는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쿠데타를 통해 수도인 프놈펜을 장악한 훈 센총리쪽도 외국인 투자를 계속
잡아두기 위해 속전 속결로 반대파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훈센총리파의 제2인자로 통하는 사르 크헹부총리는 "전투가 장기화되지
않는 이상 외국인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경제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놈펜에서는 훈 센총리가 단 이틀만에 반대파인 노로돔 라나리드
총리세력을 제압하는데 성공했지만 지방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캄보디아가 킬링 필드의 상처를 얻고 경제기반을 다지기 까지 국제사회가
지원한 자금이 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번 내전으로 캄보디아가 그동안 쌓아온 탑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