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Nice Picture. Where to Next? July 11, Economist >

미국의 무인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가 7개월간의 우주대장정끝에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각) 역사적인 화성착륙에 성공, 우주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76년 9월 "바이킹호"가 화성에 터치다운한지 21년만이다.

패스파인더의 성공적인 착륙소식은 미항공우주국(NASA)으로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향후 우주탐사계획에 대한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또 패스파인더의 화성착륙이 바로 미국독립기념일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는 상징적인 의미마저 부여하고 있어 앞으로 우주탐사를 위한 예산확보에
있어서 국민과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막상 이 소식을 접한 미국인들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은 예전처럼
흥분하지 않고 있다.

우주탐사가 더이상 과거 "영웅주의시대"의 쾌거가 아니라 매우 흔한
"일상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 행성들이 지구에서 쏘아올린 우주선과 최소한
한번은 맞닥뜨렸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다시말해 그동안 신비에 쌓인 채 지구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이미 사진으로 축적돼 있어 더이상 흥미거리가 아니다.

따라서 보다 획기적인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한 NASA의 우주프로그램은
국민과 의회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NASA가 이번 화성탐사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생명체의 존재확인
이라는 사실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만 입증된다면 화성탐사는 지금까지 어떤
우주탐사보다도 과학적으로 "위대한 발견"이라는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 일고 있는 우주탐사무용론까지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
이다.

1만3천년전 화성으로부터 남극위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ALH84001"
이라는 암석에 생명체(박테리아)가 살고 있었다는 주장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후 NASA의 화성탐사계획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화성생명체에 대한 지구인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실제 지난 몇년에 걸친 우주탐사를 통해 지구인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생명체의 근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주탐사를 통해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대체할 인간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환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이같은 환상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인간에게 우주탐사가 더이상 세금낭비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명분과 함께 NASA도 과거처럼 유인우주선을 통한 장기간에 걸친
대형프로젝트보다는 단기적인 소형무인우주선탐사를 선호하는 쪽으로
탐사전략을 바꾸고 있다.

돈도 많이 들고 그만큼 위험부담도 큰 대형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쏟아질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오늘날 NASA가 내걸고 있는 모토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값싸게"로 바뀌었다.

이번에 발사된 패스파인더는 수정된 탐사전략의 첫 작품인 셈.

개발에서 발사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2년.

이에 반해 과거 우주탐사계획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카시니호"는
89년에 시작해 장장 9년이라는 세월끝에 올 10월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인간들이 우주탐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패스파인더호는 우주탐사가 더이상 과거 영웅주의시대의 소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나서는 "합리주의시대"의
도래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 정리=김수찬 기자 >

< 화성탐사 일지 >

<>1962:옛소련의 마르스 1 무인화성 우주선, 화성 인접 통과 실패

<>1965:미국 마리너 4호, 화성 지나며 사진 21장 전송

<>1965:옛소련 무인화성 우주선 존드 2호 발사

<>1969:미국 마리너 6호, 화성 사진 75장 전송

<>1969:미국 마리너 7호, 화성 사진 1백26장 전송

<>1971:옛소련 마르스 2호, 화성 착륙

<>1972:미국 마리너 9호, 화성 궤도 9회 비행하며 화성 사진 7천3백29장
전송

<>1974:옛소련 마르스 5호, 화성 궤도에서 수일간 체류

<>1974:옛소련 마르스 6호및 7호, 화성 착륙

<>1976:미국 바이킹 1호및 2호, 화성 착륙해 사진 5만여장 전송

<>1989:옛소련 포보스 1호및 2호, 화성으로 항진 도중 실종

<>1993:미국 마리너 우주선, 화성 궤도 진입 직전 실종

<>1996:러시아의 마르스 96호, 발사 직후 추락

< 미래의 화성탐사 계획 >

<>1997년 9월11일=화성 글로벌 서베이어가 6백87일간 화성 궤도를 선회
하며 화성의 지도를 작성. 비용 2억5천2백만달러.

<>1998년=NASA, 화성의 대기 및 토양 연구를 위해 궤도 선회선 및 착륙선
발사 계획. 착륙선은 2개의 마이크로프로브를 이용, 토양을
조사한다. 총비용 2억1천3백만달러.

<>2001년=NASA, 또 다른 궤도선회선과 착륙선 발사, 화성표면의 물을
찾아내고 표면의 광물성분을 조사할 계획. 착륙선은 미국 또는
러시아의 탐사장치를 적재할 계획. 총비용 2억5천만달러.

<>2003년=NASA, 탐사선을 이용해 화성의 토양표본을 채취, 지구로 가져
오는데 필요한 기술 실험 계획. 비용 2억2천만달러.

<>2005년=NASA, 화성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한 로봇 발사 계획.
비용 4억달러.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