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소니가 실시한 가장 큰 조직개편은 사업부문별로 일명
컴퍼니를 도입한 것이다.

50여년동안 기술개발을 지상과제로 내세워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소니는 비록 "전자"분야 외길만을 고집했지만 간혹 사업영역의 확대가
불가피했었다.

80년대후반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를 배경으로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사
음반제작사를 매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일본열도가 헤이세이불황의 여파에 휩싸이게 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을 보였던 소니의 경영실적은 사상 최악을 기록하게 됐다.

결국 컴퍼니제라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게 된 것이다.

94년 8개였던 소니의 컴퍼니는 96년 현재 10개로 개편됐다.

소니는 창업이래 모리타 아키오 회장, 오가 노리오 회장 등 걸출한
경영자들이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로인해 기업내에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대외활동 등의 문제를 최고
경영진에 맡기면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컴퍼니제도는 각 사업부문별로 자율경영 분권경영을 표방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를 일신시키고자 한 것이다.

소니는 제도의 도입과 동시에 본사의 기능을 축소했다.

본사는 대규모투자 M&A(매수합병) 주요인사결정만을 담당하고 실무적인
결정을 컴퍼니로 위임시켰다.

대신 평가시스템을 엄격히 적용,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 경영으로
유도했다.

컴퍼니제 이후 "식구끼리 봐주기"가 사라졌다.

그룹사간에도 시장가격으로 거래하며 더 좋은 조달처가 있으면 경쟁사의
부품도 가져다 쓰게 된 것이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