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보니 중국시민이 돼 있더군요"

홍콩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고돈 쳉(30)씨 부부가 맞이하는
홍콩특별행정구의 첫날은 여느때와 크게 다를게 없다.

지난 밤 TV를 통해 주권반환식을 지켜보느라 밤잠을 설쳐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는 것외에는.

결혼한지 1년을 갓넘긴 이들 부부는 중국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는게 좀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들 신세대부부의 관심거리는 오히려 반환식이 가져다준 5일간의 황금
연휴 마지막 이틀을 어떻게 하면 보다 알차고 재미나게 보낼까 하는 것.

또 하나 있다면 지금 밟고 있는 박사과정을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보수가 괜찮은 직장을 구하는 것.

"조국의 품"에서 첫날을 맞이한 대부분 홍콩시민들의 감회도 고돈씨
부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듯 하다.

어저께부터 내린 비탓인지 거리엔 인적이 드물다.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도 "무덤덤" 일색이다.

"세기적인" 주권반환도 이들에겐 해가 뜨고 지는 일상사인 것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물론 지난 밤 홍콩 유흥가 침사초이 해변도로에는 불꽃놀이를 지켜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도 반환자체를 축하하기보다는 오랜만에 큰 돈들여
벌이는 불꽃놀이를 즐기자는 쪽에 더 가깝다.

홍콩대학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도 주권반환에 대한 홍콩주민들의
무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의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홍콩주민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못한다.

지난 1백50여년간 영국식민정부 아래서 만끽해온 자유와 번영이 홍콩특구
아래서도 유지된다면 이들의 무관심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반환후 중국정부가 몰고올 변화가 하나 둘씩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면 과연 오늘 아침처럼 무관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홍콩주민들은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위해
무관심한 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수찬 < 홍콩특별취재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