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홍콩법인은 몇달전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내에 보유하고
있던 BOA타워 1개층을 매각했다.

6년전 사들였던 이 부동산의 매각으로 삼성은 매입가격의 6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는 한창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던 때였고 추가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이었기에 삼성의 매각결정은 다소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측에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었다.

"작년부터 홍콩을 휩쓸고 있는 부동산투자 열기는 일종의 버블현상이다.

특히 현재 센트럴지역에 짓고 있는 고급빌딩이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엄청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삼성물산
김병후 이사)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삼성의 이같은 예상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들어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같은 사례는 우리 기업들이 홍콩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해준다.

반환특수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오성홍기 아래의 홍콩"을
낙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서방기업이나 일본기업들에 비하면 한국기업들은 홍콩의 장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올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홍콩에 소재하는 우리 기업들은 전체의
5%정도가 홍콩으로부터 이전할 것을 결정했으며 23%는 이전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본기업들 가운데 각각 3%와 19%가 이전을 결정했거나 검토중이라고
답한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조영복 홍콩무역관장)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홍콩 비즈니스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반환특수라고 하는 것이 중국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쌍용의 이승현 홍콩법인장은 "중국이 홍콩을 인수하더라도 워낙 자체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홍콩의 경기문제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며 반환 특수문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D건설업체의 관계자는 "특수를 주도할 건설시장의 경우도 막상 우리나라
업체들이 참여하는 데는 기술상 열위는 물론 자금력과 거래망의 열세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제 우리 기업들의 수주대상은 2천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공사로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일국양제라는 중국정부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반환이후
중국측의 체제간섭에 의해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이밖에 홍콩통화체제의 붕괴 가능성이라든지 홍콩내 자본 및 인력유출
가능성 등도 우리 기업들이 우려하는 요인이다.

이같은 우려요인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반환특수의 기대속에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내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적극적으로 대중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권반환이후 중국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홍콩의 시장경제체제가
비효율화 되고 관료주의적 성향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
비용이라든지 거래비용의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관련해서는 홍콩에서도 중국 본토에서처럼 공정한 경쟁보다는
소위 "관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아래 홍콩 정부관리나 중국계
기업 기관 간부들과의 유대관계 형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게 요즘
홍콩의 한국기업들이다.

[ 홍콩특별취재반 = 임혁 산업1부기자 / 김수찬 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