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은 우리에게 맡겨라"

부동산재벌 리카싱을 비롯한 기라성같은 고참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못한 차세대주자들이 서서히 전면에 나서고 있다.

니나왕 차이나켐(부동산그룹)회장.

배타적인 홍콩 부동산개발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성공한 기업인.

아시아 최대 여성 갑부로 알려져 있다.

외견상 왕회장은 홍콩에 세계최대고층빌딩을 세우려 했던 "통큰 여자"로
보이진 않는다.

길게 땋아내린 헤어스타일을 좋아하며 빨간색 중국 전통의상을 즐겨 입어
평범한 여성이라는 인상이 짙다.

적어도 7년전 그녀의 남편이 두번째로 납치돼 사라지기까지는 그랬다.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는 이 사건후 왕회장은 당시 남편이 경영해 오던
차이나켐을 대신 맡아 홍콩 유수의 부동산개발업체로 키워 왔다.

왕회장은 몇년전 자신의 이름을 딴 1백8층짜리 "니나" 빌딩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홍콩당국이 이초고층빌딩으로 인해 내년 개항예정인 첵랍콕신공항의
여객기운항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아래 이를 허가하지 않아
무위로 끝났다.

그렇다고 왕회장이 그 꿈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다.

왕회장은 지금도 틈만 나면 "언젠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내손으로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환을 앞두고 왕회장은 최근 중국진출도 감행했다.

중국 후난지방에 육가공공장을 세우는가 하면 상하이(상해) "피스호텔"
인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둥젠화(동건화) 초대행정장관과 마거릿 대처 전영국총리등 보수성향의
정치지도자를 존경한다는 왕회장은 스스로는 보수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또 다른 다크호스 리처드 리.리 회장은 지난 93년 루퍼트 머독에게 자신
소유의 홍콩스타TV를 8억7천1백만달러에 매각한후 부동산개발회사인
퍼시픽센추리사를 세워 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었다.

리카싱 정강실업집단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리회장은 형 빅터 리와는 달리 부동산재벌인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독립심 강한 젊은 사업가.

지난 2월 베이징(북경)의 주상복합건물 "네이션웰스프라자"를 1억1천4백만
달러에 인수, 본토내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회장은 오랫동안 꿈꿔온 최첨단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만 맞아떨어진다면 머독에게 매각한 스타TV를 재인수해 이를 발판으로
삼아 정보통신사업에서 승부를 걸고 싶어한다.

리회장은 "현재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스타TV는 성장의 여지가 충분히
있어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리회장이 외부에 잘 알려진 기업인이라면 오에이 홍 레옹은 홍콩의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통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으며 시민권을 지닌 레옹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자신의 회사 "차이나 스트러티직 홀딩사"를 통해 중국기업 인수및 매각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레옹은 한때 충동적으로 아버지 고향인 중국 후지안지방의 41개 국영기업
주식 60%를 사들이는 모험적인 투자를 한 적이 있었다.

무모하긴 했지만 당시 투자를 통해 4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려 큰 재미를
봤다.

레옹은 그러나 "나는 절대로 악의를 가진 기업사냥꾼은 아니다"라며 "만약
그렇게 비쳐졌다면 이는 내뜻과 다르다"고 말했다.

레옹은 "다만 사업을 재미삼아 즐기는 편"이라며 "내게 있어서 투자는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승부사기질이 강한 편이다.

이밖에도 홍콩식품재벌 램순그룹 사장인 레이먼드치엔, 뚜렷한 소신을 갖춘
당찬 행정가 도널드 창 재무장관,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출신 기업인인
빅터펑 리앤펑회장등도 떠오르는 홍콩의 신세대주자들로 평가받고 있다.

반환후 홍콩경제를 짊어지고 갈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