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도 반환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본토기업들의 주식 "레드칩"이 열풍의 주역.

최근 6개월동안 레드칩 주가는 평균 72%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항생지수가 게걸음을 한 것에 비춰볼때 엄청난 상승세다.

투자자들은 레드칩을 사지못해 안달이다.

지난 3월말 상장된 지틱엔터프라이즈사의 주식 공모에서도 레드칩 열기는
어김없이 시장을 후끈 달궈놓았다.

중국 광둥성 산하 건설업체인 지틱사의 1천3백60만달러어치 공모주 청약에
1백30억달러의 청약증거금이 몰려든 것.

홍콩 총통화의 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경쟁률은 자그마치 8백92대 1.

지틱사는 1주일간 보유한 청약증거금으로 이자수익만 8백만달러를 올렸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순익보다도 많다.

지틱사뿐만 아니다.

선천시가 상장시킨 부동산업체 "셤입"도 4백30대 1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5월말엔 베이징시 시영투자회사인 "베이징엔터프라이즈"의 공모주 청약을
위해 투자자들이 은행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레드칩을 위한 "줄서기"가 홍콩투자자들에게 일상사가 됐다는 얘기다.

레드칩이 상한가 행진을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의 주식은 투자자들 사이에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영업실적 회계기준 등 각종 경영관련 자료들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위험도가 높았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반환 이후 이들 기업의 성정성에 주목한 투자자들
이 대거 몰려들면서 레드칩 열기에 불을 댕겼다.

게다가 홍콩증시에 상장될 정도라면 중국 지도부의 핵심권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어떤 경영지표보다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홍콩증시에서 32억4천만홍콩달러를 조달한 시틱퍼시픽의 래리 융
회장도 롱이렌 중국 부주석의 아들.

이같은 레드칩 열풍은 중국과 홍콩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우.

"합병"후 이들 두 지역이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가속화
할수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중국으로선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돈쓸데가 한두곳이 아니다.

따라서 자금줄 역할을 할 홍콩주식시장에서 일고 있는 레드칩 열풍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한 "레드칩" 기업의 임원들에게 홍콩은 자본주의 경영을 배울수 있는
훌륭한 "교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콩도 마찬가지.

지난 수십년동안 주로 부동산 개발회사나 영국의 몇몇 우량기업들에
의해서만 주도돼 온 홍콩증시가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많은 "황제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셈.

레드칩 열풍 덕분에 홍콩은 막강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상하이증시에
대응해 금융센터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는 이점도 함께 누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레드칩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며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게리 코울 크레디리요네증권 아시아지역 사장은 "레드칩 기업들은 투자자들
이 기대하는 만큼의 이익을 남기기 힘들 것"이라며 "본토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레드칩에 투자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지만 레드칩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반환이 웬만한 악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더없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레드칩이란

레드칩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으로 블루칩(우량주)에 빗대
홍콩 주식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신조어.

지난 90년 11개에 불과했던 레드칩 종목수가 현재 48개로 늘어났다.

지난 5개월 동안에만도 20억달러어치의 주식이 새로 상장됐다.

최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이들 업체의 주식 싯가 총액은 4백30억달러로
홍콩주식시장의 9%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 홍콩특별취재반 = 임혁(산업1부기자)
김수찬(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