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이후 홍콩이 죽는다면 이는 중국에 의한 타살이 아니라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

레이몬드 치엔 램순사 사장은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은 본토의 입김이
아니라 오히려 홍콩 내부문제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홍콩경제의 걸림돌로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악명(?) 높은 부동산 임대료.

주요상업지역 상가임대료가 평당 1천1백53달러로 도쿄(1천1백23달러)보다
비싸다.

천장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쇼핑 천국이라던 홍콩의 이미지가
퇴색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

게다가 특급호텔을 기준으로 하루 숙박비가 평균 4백57달러로 상당히
센편이어서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던 관광객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고
있다.

빅터펑 홍콩무역진흥위원회 회장은 "국제비즈니스맨들 사이에 이제 홍콩은
사업하기 비싼 곳으로 알려졌다"며 "홍콩이 지니고 있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가격도 골칫거리.

홍콩 외곽지역에 위치한 20평짜리 아파트가 40만달러(3억6천만원).

불과 1년전에 비해 두배 오른 가격이다.

투자회사인 살로먼브라더스사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주택문제가 홍콩을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정치/사회불안의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본토인구의 유입 등으로 현재 6백40만명의 인구가 1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00년에는 그 심각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임대료등으로 간접비용이 상승하자 많은 수의 기업들이 좀더 싼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전산센터를 호주 시드니로 옮겼다.

이곳 땅값은 홍콩의 1%에 불과하다.

회계부서 등 일부 관리부서와 항공기정비센터도 중국으로 이사를 마친
상태.

특히 홍콩이 내년에 오픈할 첵랍콕국제공항의 랜딩료를 2백60% 인상할
예정이어서 다른 항공사들도 ''홍콩이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가능하면 첵랍콕공항을 피해 마카오 등 가까운 공항을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캐세이의 한 직원은 "건설비용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랜딩료를 터무니없이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첵랍콕공항을 찾는 비행기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낙후성도 홍콩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대부분 홍콩제조업체들은 싼 임금을 좇아 중국남부지역 등으로 공장을 이전
했다.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의 제품개발은 등한시한 채.

제조업분야의 신기술개발은 전무상태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80년 24%에서 현재 9%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제조업기반없이 국제금융과 무역에만 의존한 산업구조는 자칫 홍콩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교육의 질 저하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내용이 암기과목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학생들의 창의력
과 사고력개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학교에서도 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내용과는
동떨어진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

마이클 인라이트 하버드대교수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독창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가 인재양성에 좀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귀속후에도 홍콩이 ''동양의 진주''로 계속 찬란한 빛을 발할지는 전적
으로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홍콩특별취재반 : 임혁 <산업1부 기자>
김수찬 <국제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