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서 일본무역진흥회(JETRO)를 "산업스파이 집단"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FBI(연방수사국)가 JETRO를 내사중이라는 얘기가 미국 언론에서 심심찮게
기사화되고 있다.

CIA(중앙정보부)도 JETRO의 미국내 활동내역을 재점검하고 있다는 정보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US뉴스&월드리포트지는 최근호에서 JETRO는 미국내 중소기업의 대일
진출을 돕겠다는 공약과 달리 미국산업계의 기술정보를 빼내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주간지는 최근들어 환율요인등으로 일본의 대미흑자액이 증가추세로
돌아서면서 JETRO를 보는 미국인들의 감정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
했다.

일본통산성(MITI)의 미국주재 창구 역할을 해온 JETRO는 지난 90년
미국기업들을 후원해 대일수출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무역수지악화로 일본에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절정에 달했던 상황
에서 JETRO의 임무가 "일본기업 안내자"에서 "미국기업 후원자"로 변한
것이다.

JETRO의 미국대표부 책임자인 이주카 카주노리대표는 실제로 90년대
들어선 예산의 90%를 미국기업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8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JETRO는 미국활동비로 연간
3천만달러이상을 쓰고 있으며 인원은 1백60명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계에서는 JETRO를 위선으로 가득찬 기구로 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미국기업을 돕는다면서 접근해 산업 정보만 빼내간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JETRO가 종합상사의 임원들에게 미국지방정부의 자문역을 맡도록 알선한
것을 놓고 일종의 "스파이 망"확대로 보는 시각이 나올 정도다.

베스트셀러가 된 "또 다른 전쟁:미국내의 경제첩보전"을 쓴 존 피알카도
산업스파이를 주제로 다루면서 JETRO를 빼놓지 않았다.

피알카는 일본기업들이 해외 기술정보를 얻는 무형의 정보망에서 무공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술 더 떠 과거 냉전시대에 소련의 KGB는 미국의 군사기술에 눈독을
들였지만 JETRO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고 가혹하게 비판
하는 기업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JETRO를 산업스파이기구로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사정보전문가인 마이클 세코라는 FBI가 증거를 찾아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JETRO의 경우 첨단기술이 있는 연구소를 찾아다닐 뿐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는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산업스파이로 걸려
들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JETRO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미국 상무부의 관료들은
FBI의 수사가 결국 헛수고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무부 공무원들은 FBI 요원들이 비즈니스를 이해한다면 JETRO를
스파이혐의로 수사하는 헛수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JETRO측도 상무부같은 우호세력이 있는 점에 힘을 얻어 FBI의 수사는
"마녀 사냥"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 산업의 대미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미일 양국간 통상
마찰이 고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마찰의 수위에 비례해 JETRO에 대한 미국사회의 의심도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