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역상사의 직원이라도 일본에 새로 부임하게 되면 가오의 제품을
쓰지 않고는 생활이 안된다.

가오는 비누에서 샴푸 얼굴크림등 일상생활에서 빠뜨릴 수없는 용품을
만드는 회사.

일부품목에서는 일본시장의 절반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나아가 가오는 일본경제가 헤이세이불황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올 때도
다른 경쟁업체와는 달리 증액증익을 기록했다.

그 경영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오는 이달 말 대대적인 경영진승진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경영혁신의 주역인 도키와 후미가쓰(상반문극)현사장은 회장이 된다.

그는 사장으로 재임한 7년동안 계속해서 매출액 순익이 늘어나는
"퍼펙트게임"을 연출했다.

물론 한 두사람의 경영자로 인해 회사실적이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그 비결을 찾는다면 도키와사장의 "집단경영"에서 찾을 수있을 것이다.

"카리스마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력히 이끌고 가는 성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회사의 일부를 맡긴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했습니다.

굳이 표현을 만들다보니 집단경영이 된 것입니다" 도키와사장의 집단경영은
어떤 "특효약"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것이라고 여겨 챙기기보다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어렴풋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집단경영이야 말로 정말 힘든
것임을 알 수있을 것이다.

일례로 그는 "내방이 없는 사장"이다.

회의실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치 회사내 여러부서에서와 같이 수십평되는 큰 방에서 임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혼자 큰방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뻔히 불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자기방을 포기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집단경영은 잇단 히트상품을 만들어내 실적향상에도 직결됐다.

"소비자의 얼굴을 보라고 요구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라이벌기업을 쳐다보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원들을 소비자가정의 부엌으로 화장실로 가 보도록 하고 일요일이면
슈퍼마켓에 같이 다닌 것이 제품개발에 필요한 많은 힌트를 줬습니다"

한번은 모니터요원의 가정을 찾아가 자연스럽게 머리를 감아보라고
주문했다.

물을 적시고 샴푸를 찾던 소비자는 헤매고 있었다.

물이 얼굴로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샴푸와 린스의 크기가 똑같다보니 이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래서 만든 것이 샴푸와 린스의 크기를 달리한 제품이었고 상당히
히트시킬 수 있었다.

남자들의 경우 샴푸칠은 하지만 린스는 거의 사용치 않는 경우도 많아
크기를 조절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집단경영을 주장한다고 해서 도키와사장이 소위 "물"은 아니다.

작년초 그는 관리직사원의 정원제를 도입했고 연공서열을 폐지하는
대폭적인 인사제도개혁을 단행했다.

능력위주의 인사제도로 전환한 것이다.

"능력있는 사람을 그에 걸맞게 평가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실례입니다.

졸업연도가 언제인가를 따져 직급을 조정하는 것은 언뜻 보면 평등한
것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불평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조만간 회장에 오르게 되는 그는 많은 조직이 종적인 연결에는 별
문제가 없으면서도 횡적인 유대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도키와를 회장으로 맞이하는 가오는 어떤 변화를 보여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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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력 >

<>1933년11월 도쿄태생
<>57년3월 도쿄이과대학졸업 " 4월 가오비누(현 가오)입사
<>76년6월 이사승진
<>90년6월 사장취임 "서민적 경영" "집단경영"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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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