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을 앞두고 홍콩과 상하이(상해)가 어떤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자유항 홍콩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동양과 유럽간 무역중심항
이었던 베니스가 15세기 희망봉의 발견으로 수명을 다한 것처럼 홍콩도
차츰 중국 양쯔강(양자강) 델타의 상하이 주변을 잇는 해안벨트에 역할을
넘겨줄 것이다"(경쟁관계)

"상하이와 홍콩은 금융분야에서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를 수행할
것이다. 각종 금융인프라가 미비한 상하이는 홍콩의 도움을 받아 중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이다"(보완관계)

이 시점에서 향후 두 도시의 관계를 경쟁이냐(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
2월3일자), 보완이냐(천위앤(진원) 중국인민은행부행장)를 놓고 따지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처럼 보인다.

홍콩이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해온 비중이 워낙 큰데 반해 상하이는
이제야 금융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상하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홍콩반환이후 상하이가 홍콩의 금융기능을 급속히 잠식하거나 대체할
것이라는 성급한 주장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관상으로만 봐도 이런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 당국이 상하이 금융거점으로 개발하고 있는 푸등(포동)지구는 2000년
대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할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동방명주탑(4백60m)에서 내려다 본 푸등금융개발구엔 50~1백층 높이의
빌딩 20여개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 못지 않게 중국당국이 취하는 가시적인 조치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국금융당국은 지난 90년12월 상하이에 증권거래소를 설립한 이래 94년
4월 외환교역센터, 96년1월 단기자금시장(자금콜시장)을 개설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의자금융기구에 대해 인민폐업무를 허가하는등 상하이를
국제금융도시로 육성시키기 위해 각종 금융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중국의 입장은 "홍콩을 흔들지 않으면서 상하이를 국제
금융도시로 키워 나간다"는 것이다.

중국당국은 기존 홍콩을 외환자금조달창구와 국제금융센터(역외금융시장)로
활용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상하이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중국내부의 금융조달창구로, 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외국의 은행과 보험 증권회사들도 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의 면모를 갖춰
가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금융당국에 대해 조속한 시일내 상하이에 역외금융시장과
선물거래시장 황금시장 콜시장 등의 개설을 허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안국 국민은행 상하이사무소장은 "상하이가 인적자원과 통신시설등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기초여건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나 중국금융당국의
상하이 육성의지가 확고한 이상 향후에 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상하이가 홍콩과 경쟁을 벌이면서 국제금융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게
국제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상하이 금융시장 현황 >

현재 상하이에 형성된 주요 금융시장은 증권거래와 은행간 콜거래 외환
거래 보험시장등 크게 4가지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국채와 주식 기금등 2백여종의 유가증권을 거래하고
있으며 6백여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중국내 은행들의 상업화에 따라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은행간 콜시장은
한화로 따져 연간 28조원을 거래하고 있다.

지난 94년4월 설립된 전국 규모의 외환거래센터는 현재 중국 최대의 외환
거래 중심지(연간 7백억달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말 현재 보험가입총액은 한화로 1백조원이고 연간 보험료 지불액은
5천억원(한화)에 달한다.

< 상하이=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