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좌우동거정부를 구성했던 우파의 자크 시라크대통령과 좌파의
리오넬 조스팽총리가 마침내 "부부싸움"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달초의 좌우동거이후 양쪽이 처음으로 의견충돌을 벌이고 있는 테마는
EU(유럽연합)의 단일통화 안정화협약.

조스팽총리가 이끄는 좌파내각이 안정화협약에 이의를 제기해 놓은 상태
에서 시라크대통령은 협약이 당초일정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시라크대통령은 10일 엘리제궁을 찾아온 네덜란드의 빔 콕총리(EU의 순번제
의장)에게 "당초 일정대로 다음주초의 암스테르담 EU 정상회담에서 안정화
협약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라크대통령은 독일의 헬무트 콜총리와 함께 유럽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프랑스 사회당내각이 EU협약에 이의를 제기한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같은 10일 빔 콕총리를 만난 조스팽총리는 "다음주초 정상회담에서
협약이 확정되지 않겠느냐"는 외교적인 발언만 반복했을뿐 프랑스가 기존의
추진일정을 준수하겠다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는 않았다.

조스팽총리는 지난5월 총선기간중에 실업난 해결책의 하나로 EU통화통합
조건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약을 내건터라 시라크의 주장에 쉽게
동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좌파내각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담당장관도 "프랑스정부가 안정화 협정을
받아들이려면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음주초로 예정된 EU
정상회담에서는 이 협정 승인이 힘들 것임을 시사했을 정도다.

이에앞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프랑스재무장관은 지난 9일 룩셈부르크의
EU 재무장관회담에서 협약에 이의를 달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따라서 프랑스 동거정부안에서 좌우파의 대결 "1라운드"가 개시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누가 이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