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이후에도 홍콩은 여전히 기업들의 천국으로 남을까.

떠난 기업이든 남아 있는 기업이든 반환 20일을 남겨둔 지금 이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다.

특히 스테펀 롱 시티뱅크 기업금융담당책임자는 이를 낙관한다.

9년전 자신의 판단착오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89년말 시티뱅크는 홍콩에 50층짜리 고층건물을 짓고 있었다.

천안문사태 등으로 홍콩장래가 매우 불안한 때였다.

당연히 롱은 회사측 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실패확률이 99%인 도박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오늘 "시티뱅크프라자" 빌딩은 만원사례다.

빈 사무실이 나오길 줄서서 기다리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도쿄를 능가하는 세계최고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빈 사무실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

무역금융등 시티뱅크의 사업도 날로 번창하고 있다.

물론 홍콩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신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주홍콩 미국상공회의소가 홍콩진출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조사대상 기업중 95%가 홍콩장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53%는 향후 3년동안 홍콩내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92년부터 홍콩공략을 본격화해온 AT&T도 홍콩장래를 낙관하기는
마찬가지.

AT&T는 홍콩내 장거리전화및 전자상거래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직원수를 50명에서 최근 3백83명으로 늘리는등 홍콩내 사업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정치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언론.방송사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CNN은 지역뉴스서비스를 확대하는가 하면 만화전문채널 TNT카툰네트워크사는
80명의 현지직원을 채용, 만다린어 태국어를 비롯한 현지어로 24시간 만화.
영화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환이후에도 홍콩이 동아시아지역 최적의 비즈니스센터로 남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게다가 반환이후 물밀듯 몰려올 본토기업들이 또다른 비즈니스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홍콩의 역할과 기능이 절대로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등 주변국들이 홍콩의 자리를 위협하는 물밑작전
을 벌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홍콩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강적으로 떠오르는 싱가포르는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에 지리적
으로 너무 멀다.

최근들어 세제혜택등을 내세워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행정
절차 등이 홍콩에 비하면 매우 까다로운 편.

대만도 관료적이어서 사업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태국등은 인프라미비 때문에 홍콩의 적수가 못된다.

상하이(상해) 푸동지역이 최근 고속도로 첨단통신시설등을 갖추고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에 반해 홍콩은 선진국수준의 인프라, 비교적 낮은 세금,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최소화된 행정규제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다만 비싼 사무실 임대료, 높은 임금인상률, 고물가등으로 기업들의
간접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거대 중국시장이 배후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는 충분히 상쇄되고 남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