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 총재들의 초상화
가격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직전총재였던 미에노 야스시의 초상화는 무려 1천4백만엔 (약 1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것으로 확인된 것.

중앙은행으로 "인플레의 파수꾼"이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마당에
뒷전으로 고가의 초상화를 제작하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것이다.

일본은행은 본점 건물안에 "은행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역대
총재들의 초상화를 걸어왔다.

그동안은 관심을 기울이는 외부인이 없다보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 중의원 재정위원회의 한 의원이 일본은행을 "세게 몰아치는 과정"에서
이들의 초상화가격이 알려지게 됐다.

이번에 밝혀진 바로는 미에노외에도 스미다 마에가와 모리나가 등 근래에
일본은행 총재를 지냈던 인물들의 초상화는 한결같이 제작비가 1천만엔을
넘었다.

초상화 가격을 알아낸 주역은 신진당의 마에다 의원.

그는 마쓰시타 현 일본은행 총재에 질문하는 과정에서 본점 2층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지칭, "꽤 고가라고 들었는데"라며 지나는 투로 물었다.

이에대해 마쓰시타 총재는 "고명한 화가들에게 부탁한 것으로 가격공표에
대해서는 사전양해를 얻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화가 난 마에다 의원은 "일본은행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그같은
답변은 받아들일 수없다"며 은행이 갖고 있는 골프장회원권 지점의
자산내용까지 들먹였다.

결국 사태악화를 염려한 마쓰시타 총재는 최근 역임자 5명의 초상화
제작비를 발표하는 선으로 양보.

그러나 일본은행은 곧이어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기 이전에 스스로
경비절감등 리스트럭처링 (구조조정)을 하는 게 어떠냐"는 쏟아지는
질책을 비켜가지 못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