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수도라고 하는 브뤼셀에서 앤트워프항구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반만
달리면 "화학산업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대단위 공업단지가 나타
난다.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화학 대기업들이 집합해 있는 곳이다.

이 화학산업단지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만 꼽아도 30여
사가 쉽게 넘어버린다.

미국에서는 엑슨 다우 몬산토 필립스 아모코 등이 이 곳의 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BASF 바이엘 데구사 등이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프랑스를 대표
하는 화학업체인 롱프랑도 들어있다.

영국의 인스펙, 벨기에의 솔베이, 네덜란드의 DSM, 노르웨이의 노스 시
페트로케미컬 등 이름만 들어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큰 회사들이 이 화학
단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놓았다.

단지의 규모면에서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휴스턴석유화학단지 다음 간다는
것이 앤트워프시청측의 얘기다.

이 단지에서 설비규모와 생산활동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이 독일계인
BASF앤트워프사다.

독립적인 법인체로 등록돼 있는 "BASF앤트워프"의 설비부지 면적은 1백80만
평으로 서울 여의도 2배정도의 넓이에 해당한다.

이 앤트워프 화학단지 총면적의 15%정도를 "BASF앤트워프"가 차지해 우선
부지 크기에서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윌프리트 자이퍼트 생산담당이사는 "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의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기 때문에 생산품목이 아주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울산 및 여천 석유화학단지에서 각 회사별로 생산하는 품목 전부를
BASF앤트워프라는 1개 회사가 취급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산량가운데 매출액으로 따져 31.5%가 본사공장이 있는 독일 루드비히샤펜
으로 역수출된다.

벨기에에서 바로 파는 물량은 14.4%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운데 34.7%가 독일 및 벨기에를 제외한 유럽지역으로 나가고
19.4%는 기타 전세계지역으로 분산된다.

자이퍼트이사는 "BASF앤트워프의 아시아지역 매출구성비는 11%에 이르며
한국엔 주로 정밀화학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액의 1.1%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BASF가 앤트워프공장 신증설에 쏟아부었던 투자액이 90년대들어서 작년
까지만 따져도 25억달러(한화로 2조2천억원)가 되는 것으로 집계돼있다.

"지난 94년 에틸렌기준으로 연산 65만t규모의 초대형 NCC(나프타분해공장)
를 가동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마무리짓게 됐다"는 것이 BASF앤트워프의
잔 반 두르슬라에르 부장의 설명이다.

BASF앤트워프는 전용항구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단지에서 유일하게
암모니아 저장설비를 갖추어 다른 회사 공장에 탱크를 일부 임대하는 여유도
누리고 있다.

두르슬라에르 부장은 "벨기에정부가 지난 58년 대대적인 앤트워프항만
확장공사를 벌이면서 화학공장을 유치했을 때 BASF나 바이엘같은 독일의
종합화학사들이 1차로 이 단지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 당시 독일밖에서도 대단위 생산기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 남달리
빠른 의사결정으로 벨기에 정부의 화학공장 유치정책에 화답을 즉각 보냄
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비료와 농약 등을 주생산 품목으로 삼았다가 플라스틱 및 화학
섬유 원료를 제조하고 화학중간재와 윤활유로까지 생산범위를 확대했다.

우레탄의 원료인 MDI의 경우에는 이 BASF앤트워프가 세계 전역의 BASF
공장들보다 앞서 기술을 개발했으며 한국한화그룹에 관련기술을 이전하고
있다고.

BASF앤트워프는 엄청난 생산기지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넓은
부지가 눈에 들어온다.

전체부지에서 앞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이 42%(76만평) 정도가 남아
있다.

여유부지가 없어 공장신증설에 애를 먹고 있는 한국 석유화학회사들의
사정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자이퍼트 이사는 "BASF앤트워프의 빈 땅에 당장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94년의 NCC완공 시기를 전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건설
행진"을 당분간 멈추고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76만평의 부지가 공장으로 모두
채워질 것은 분명하다.

BASF앤트워프가 석유화학 생산법인으로서 총부지의 절반이나 남아 있는
빈땅에 어떤 공장을 세울 것인지에 세계 유화업계의 관심이 계속 머물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