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의 반환을 한달 앞두고 홍콩정.재계의 새판짜기가 활발하다.

반환이 몰고올 파장과 그 대응책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대부분은 홍콩장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둥젠화 홍콩특별행정구 초대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을 이끌 지도급 인사들
대부분은 과거 영국통치하에서도 "한자리"를 했던 인물들.

영국기사에서 중국대신으로 재빠르게 변신한 셈.

"포천"지는 최근호에서 신홍콩의 장래를 좌지우지할 "홍콩9인방"의
면면을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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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젠화 < 초대 행정장관(59) >

= 세계적인 선박갑부 둥젠화가 신홍콩호 선장에 임명된 것은 홍콩이나
중국엔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여진다.

영국 유학파출신이지만 둥은 동양적 가족윤리를 신봉하는 다소 독선적인
행정가.

정치.사회안정에 대한 보수적 태도도 중국내 강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닮았다.

이는 많은 홍콩인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영국통치하에 누려온 자유를 뺏기지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둥의 이같은 친중국적 성향은 계산된 제스처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일단 강경노선을 내세워 홍콩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중국지도부를
안심시킨 다음 자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구상중이라는 설명이다.

"홍콩의 자치를 지키는 최선책은 중국과의 대결보다는 합의를
통해서다"라는 평소 그의 주장처럼.

상하이출신의 둥이 이끄는 홍콩호가 순풍에 돛단 듯이 순항할지 아니면
세찬 풍랑에 고전을 면치못할지는 그의 정치적 지도력에 달려있다.

<> 앤슨 챈 < 행정차관(56) >

= "초대행정장관직이 국민투표라는 절차를 거쳤다면 앤슨 챈이 그자리에
올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

챈은 30년동안 공직에 몸을 담았으며 크리스 패튼총독에 의해 여성이자
그리고 중국계로서는 처음으로 수석장관직에 올랐다.

영국 더 타임스지가 뽑은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백인"중 당당히 6위에
랭크된 적도 있었다.

둥행정장관이 홍콩정청의 2인자였던 챈여사를 행정차관(행정부내 서열
2위)에 임명한 것도 홍콩내 그녀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때문이다.

"둥장관과 홍콩장래에 대한 비전이 같다"며 둥장관의 제안을 수락한
챈여사는 둥체제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는 셈.

<> 청체위엔 < 정책자문위 위원장(79) >

둥젠화 행정장관의 수석참모역할을 할 인물로 행정부 정책자문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기업가출신인 청은 과거 4명의 영국총독밑에서 참모로 일했을 정도로
친영국성향이었다.

그러나 지난 84년 홍콩장래를 결정지은 "중국.영국공동선언"을 앞장서
지지함으로써 영국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후 중국지도부의 고문역으로 변신한 그는 최근엔 영국정부가 홍콩
민주화에 대한 언급을 하자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홍콩역사의 산증인임을 자부하는 청은 "이젠 둥행정장관의 백과사전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래리 융 < 시틱퍼시픽회장(55) >

= 모든 본토출신 기업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금 중국최대 투자.무역
회사인 국제신탁투자공사(CITIC) 홍콩자회사의 래리 융 회장만은 예외다.

현중국부주석 롱이렌의 아들이기도 한 융회장은 캐세이퍼시픽등 홍콩
주요기업의 주식을 대거 사들임으로써 뉴스메이커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올초에는 시틱퍼시픽의 중국모기업으로부터 보유주식 15.5%를 싯가보다
무려 24%나 싸게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면서 또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융회장은 반환후 홍콩문제에 개입하지말라고 중국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로인해 융회장이 중국지도부로부터 미움을 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보유하고 있는 20억달러어치의 시틱퍼시픽주식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다.

본토내 융의 정치력을 잘 반영하고 있다.

<> 리카싱 < 장강실업집단회장(68) >

= 홍콩최대의 화교재벌 장강실업집단의 리카 싱 회장.

총재산 6백억달러중 부동산만 1백억달러.

부동산재벌이라는 별칭이 뒤따르는 이유다.

고아출신으로 시계공장의 바닥청소에서 출발한 리회장은 장강실업
허치슨왐포아 홍콩전기등 3개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

홍콩반환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중국내 거액의 투자를 통해 중국지도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쌓았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투자에만 5백억홍콩달러를 쏟아부었다.

지난 92년 장쩌민(강택민)이 리회장을 "진정한 애국자"로 추켜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는 98년 자신의 두 아들에게 사업을 맡기고 은퇴를 생각중인
리회장이지만 여전히 막후실력자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 헨리 폭 < 인민정치협 부회장(74) >

= 억만장자 부동산개발업자이자 폭넓은 중국인맥을 가진 헨리 폭.

홍콩기업인이면 누구나 원하는 이 두가지를 완벽하게 겸비하고 있다.

폭은 중국공산당조직중 하나인 인민정치협의회 부회장이자 전국인민대회
홍콩사절단의 고위인사이다.

또 홍콩반환을 위한 각종 입법및 자문위원회에서도 요직을 맡아왔다.

막상 둥젠화 행정부내에서는 어떤 공직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80년중반 둥젠화소유의 해운회사 오리엔탈 오버시즈를 부도위기에서
구해주는등 둥과의 관계가 남다르다.

둥젠화 행정부내에서 그의 발언권이 절대 무시될 수 없음을 뒷받침한다.

지금 잠시 숨을 죽이고 있지만 둥젠화팀에 가담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 레이몬드 치엔 < 램순그룹사장(44) >

= 홍콩식품재벌 램순그룹의 사위이자 사장인 치엔은 신세대기업인의
대표주자.

치엔사장은 홍콩을 질좋은 와인에 비유하면서 유명해졌다.

홍콩자치에 대한 그의 논리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질좋은 와인은 오랜 기간동안 자체적인 숙성을 통해서만 생산된다"

홍콩의 자치를 강조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이다.

둥장관은 이에 "나는 중국와인을 더 좋아한다"고 쏘아붙였지만 결국
치엔을 끌어안았다.

치엔이 주장해온 홍콩경제부흥을 위한 하이테크산업육성론이 마음을
움직였기때문.

치엔도 반환후 홍콩장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두 체제의 합병은 투자.자본뿐만 아니라 생각과 의사의 자유스런 흐름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 도널드 창 < 재무장관(52) >

= 영국통치시절 유달리 자유분방한 발언으로 이목을 끈 창 재무장관.

몇달전 중국의 홍콩시민권개정움직임에 반대해 짧지만 화려했던
공직경력을 마감할 뻔 했다.

그러나 둥젠화는 그를 재무장관에 재임명했다.

앤슨 챈과 마찬가지로 창장관은 중국으로부터의 재정독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홍콩정청시절 복지관련 예산증액을 거부하기도 했던 당찬 행정가로
유명하다.

대신 2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안겨줬다.

창장관의 자유분방한 발언습관도 홍콩반환이후에는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둥젠화 행정장관과는 여러면에서 생각이 다르지만 어쨌든 팀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낮춰야 할때를 알고 있다"

빅터 펑 리앤펑회장(51) 펑회장은 지난 76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직을
버리고 홍콩으로 돌아와 가업인 리앤펑(Li&Fung)사를 꾸려온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리앤펑사는 지금까지 소비재무역에 치중해왔지만 최근들어 투자은행인
푸르덴셜아시아를 설립하는등 사업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펑회장은 동서양 가치관의 조화를 매우 중요시해
왔다.

창 재무장관과는 달리 펑회장은 신행정부가 사회복지문제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고 있다.

펑은 "경제는 시장의 힘만으로 살아나기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 경쟁력확보는 인간에 대한 투자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자기시간의 3분의1을 쏟을 정도로 홍콩무역진흥위원회 회장직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