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프장들이 "플러스알파"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몇년간 골프장 수가 급증하면서 고객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내 총 골프장 수는 1만5천7백개.92년부터 96년 사이에만 무려
2천개가 넘는 골프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개장박두" 골프장들도 줄을 섰다.

반면 골프인구는 5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다를바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뭔가 다른 것"으로 골퍼들을 유인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진것.

이에 따라 야간경기 이벤트 행사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알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시간주 하트랜드의 마제스틱 골프장은 깜짝 이벤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마련된 "바나나 주간"은 최대 히트작.

손님들이 경기를 시작할 무렵 숲속에서 3m짜리 초대형 바나나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바나나는 놀란 손님들에게 신선한 과일을 내밀었다.

바나나의 정체는 사장을 포함한 골프장 직원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마제스틱은 미국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다는 미시간주에서 수입이
쏠쏠하기로 손꼽히고 있다.

초보골퍼를 위한 "도우미 서비스"도 두드러진다.

그동안 초보 골퍼들은 경기진행이 더디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곤 했다.

다음팀에 민폐를 끼친다며 경기를 중단시키는 골프장까지 있었을 정도.

이러한 초보박대 풍조가 자취를 감춘대신 도우미 제도가 등장한 것.

친절한 도우미들이 초보골퍼들도 주눅들지 않고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젊은이들을 포섭하려는 노력 또한 뜨겁다.

골프의 대가 아놀드 파머가 운영하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는 완전히
젊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벽면을 장식한 전자기타 주크박스 비디오게임기..다운타운의 화려한
카페를 뺨치는 이 클럽하우스는 유명 레스토랑 체인인 "하드락 카페"에서
전격 영입한 전문 매니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경기중 재미난 실수나 명장면을 담은 비디오나 아놀드 파머의
출전게임 비디오테이프도 관람할 수 있다고.

이같은 골프장의 변신노력에 따라 골프장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저 팔자좋은 중년들의 여가장소가 아닌 다양한 흥미거리를 제공하는
토털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다.

골프를 사교성 고급스포츠로 떠 받들어온 정통파 골퍼들.

이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골프의 격을 떨어뜨린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반발로 골프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연히 콧대를 높이다간 저 푸른 골프장에 파리만 날아다니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