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중국의 "최고실력자"로 군림하던 덩샤오핑(등소평 사망한지 1백일이
되는 날이다.

서방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덩사망이후 현재까지 중국은 겉으론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덩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
등 중국고위층이 정치 경제 외교분야에서 덩시대와는 구별되는 정책을
조심스럽게 추구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외교분야에선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경제안정을 바탕으로 사회전반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기존 집단지동체제를
장주석 중심으로 모아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역시 외교다.

장주석은 최근 미국 프랑스등 외국고위관리를 만날때마다 미국의 독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장주석은 지난 17일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냉전시대가
끝났는데도 미국은 지구상에서 독주하고 있다"며 "양국 공동성명에 세계
다극화의 강화를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덩사핑이 생존했을 때 중국당국이 견지해온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개혁 개방을 추진하고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킬수 있는 국제적
여건을 조성한다"는 외교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경제발전에 비중을 둔 나머지 미국의 직간접인 간섭을 소극적으로
대응했으나 이젠 미국과 정면대결을 벌이겠다는 자세이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용납할수 없는 일"
이라는 논편을 내기까지 했다.

경제분야에선 덩시대의 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경제안정의 토대위에
사회와 정치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올들어 1.4분기중 중국의 대외수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7%(3백55억
달러)가 증가하고 소매물가는 2.6% 상승에 그쳤다.

이런 거시경제지표 의 호조속에서 중국은 덩이 살아있을 때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푸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덩 사후 현재까지 가시화된 경제분야의 역점시책중의 하나는 부실기업을
파산조치하거나 재취업을 유도하는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국유기업을
개혁하고 있는 점이다.

또 그동안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행해온 외국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철폐하거나 축소해 나가고 대중투자기업의 반발을 사는 중치세
환급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와관련, 하동만 주중한국대사과 재경관은 "덩 사망 이후 현재까지 경제
분야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고 "수출과 외자유치에 역점을
두면서 성장기반의 확충과 미래산업육성 국유기업개혁 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분야의 "전선"에도 이상이 없다.

오히려 기존 장쩌민과 리펑(이붕) 국무총리 등의 집단지도체제를 장쩌민을
정점으로 하는 단일 지도체제를 바꿔가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 주석은 정치분야에서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이처럼 덩사망 이후 "신중국"은 서방전문가들의 "희망섞인 비판전망"과는
달리 외관상 정치 경제 외교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궤도를 가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소수민족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하고 홍콩
반환(7월1일)후 권력재편의 기상도를 가늠할수 있는 제15차 중국공산당대회
(10월)를 남겨 두고 있어 현재의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의 변화는 인구수와 땅덩이 크기 만큼이나 느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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