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역사적인 협약체결로 21세기 유럽의
신질서를 구축할 기본틀이 마련됐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비롯한 16개 나토회원국 정상들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프랑스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에서 나토-러시아간
"상호관계, 협력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으로 정치.군사문제에 관한 기본합의점을 찾은 서유럽과 러시아는
앞으로 경제권의 대통합차원에서 유럽연합(EU)의 확대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협약으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구선진
3개국의 나토조기가입과 서방경제권으로의 편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에 조인된 러시아-나토간 기본협정은 "나토의 동유럽 확대를 러시아가
용인하는 대신 러시아-나토 합동위원회를 창설, 나토안보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발언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나토측은 또 "앞으로 나토에 가입할 동구권 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나
계획이 없다"는 점을 협정에 명시하고 재래식 전력도 증강하지 않는다는
점을 러시아에 약속했다.

이날 협정조인식을 주관한 자크 시라크 프랑대통령은 "유럽 평화건설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이는 러시아의 정치적인 승리
이기도 하다"고 옐친대통령을 극찬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도 "미래를 보장해 주는 협정"이라고 규정하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 협정은 21세기 평화시대의 서막"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체결로 2차대전이후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로 분리돼 상호
적대적이었던 서유럽과 동유럽이 나토 회원국과 비회원국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이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등 발트해 연안 3개 구 소련 공화국들
은 이 지역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불안정한 이른바 "회색지대
(그레이 존)"로 되는 것을 막기위해 나토가 빨리 회원국자격을 부여하도록
촉구했다.

이같은 발트해 연안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서방 나토국둘과의 사이에
완충지대를 원하는 러시아가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협정은 그러나 관련국 의회의 비분이 필요없는 정치적인 "선언"의
성격을 띄고 있는데다 러시아-나토 합동위원회의 운영방법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이로인해 관계전문가들은 양측의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