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1차투표에서 좌파연합이 예상을 뒤엎고 집권
중도우파연합보다 10% 가까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중간 집계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6월1일 2차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이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지난 86년과 93년에 이어 또다시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들어서게 된다.

우파의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총리가 공존하는 정부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에따라 향후 국정수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좌파연합이 승리한다면 이탈리아 영국에 이어 최근
1년새 유럽의 주요 3개국에서 좌파가 득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유럽의 경쟁력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지의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날 1차투표에서 사회당(PS) 공산당(PC) 등 좌파연합은 40.5%(70% 개표
결과) 득표율을 기록, 30.6%의 득표율을 보인 공화국연합(RPR)
프랑스민주동맹(UDF) 등 집권 중도우파연합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1차투표에서는 후보난립으로 정당간에 득표가 분산된데다 2차투표
결과는 1차투표 기권자 참여율, 2차투표 진출후보의 소속정당등 변수가
많아 아직 좌파의 과반수선(2백89석) 확보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좌파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양측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 중도우파연합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프랑스인
의 3분의 2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생각하는 실업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현재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인 12.8%에 달하고 있다.

영국의 5.9%를 비롯 독일 영국 이탈리아등 주요 경쟁국에 견주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또 우파연합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묘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4년 2.8%, 95년 2.2%, 96년 1.3%
등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제현장에서는 복지제도 축소와 해고에 반발하는 파업이 끓이질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GDP 성장률이 1.6%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 결선투표 결과 좌파연합이 다수파를 형성할 경우 유럽통합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좌파연합은 유럽단일통화 출범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유럽통합은 원래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 자크 들로르 전유럽연합집행
위원장등 사회당 원로들이 추진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당은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단일통화를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럽화폐통합조건을 재협상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우파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일정도 괘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좌파연합은 당초 국영기업민영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유세기간중 특정기간산업의 국유화를 고수한다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서긴
했지만 근본적인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