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부투 자이르대통령이 대통령권한행사를 포기하고 망명의 길을 택함으로써
자이르 내전이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소말리아 르완다 부룬디 자이르등으로 이어지는 사하라남부
아프리카지역 종족들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은 쉽게 수그러들 것같지 않다.

학살과 포성속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는 이 지역 경제는 과연 꽃을 피울수
있을까.

경제를 살리려면 우선 내전종식등 정치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1차상품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아시아형인 제조업수출 주도형으로 전환시키는게 가장
급하다는 지적이다.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의 47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

그러나 내전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지난해 평균 5%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기록했다.

20년만의 가장 좋은 성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정치가 안정되어 있는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구조 조정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다소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지역 경제를 끌어올린 힘은 원자재가격의 상승.

지난 95년 곡물등 비석유제품가격이 올랐고 작년엔 석유류값이 평균 28%
상승했다.

기상조건이 좋아져 농업생산이 늘어난 것도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런 성장이 일시적 현상이냐, 아니면 장기적 추세냐에 대해서는
아직 견해가 엇갈린다.

경제의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지역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년대중반의
3%에서 95년에는 1%로 낮아졌다.

개인평균소득도 지난 65년에는 선진국의 14%선이었으나 이제는 절반인
7%로 떨어졌다.

GDP도 세계 GDP의 2.4% 수준이며 그나마 이중 40%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두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일부국가에선 민영화추진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아프리카국가들을 중심으로 석유 가스 광산에 대한 국제적인 탐사와
개발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이 지역의 1차상품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지역 경제를 살릴수 있는 지름길은 민간부문의 투자확대.

특히 외국인투자를 얼마나 끌어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외국인투자가 진전을 보이는 나라는 별로 없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 지역으로 들어온 자산은 지난해 2백60억달러였다.

그나마 1백18억달러의 무상원조를 포함, 절반이상이 국제기구등 공식기관을
통한 것이었다.

94년 52억달러였던 민간투자는 지난해 1백18억달러로 두배 늘었지만 절반
이상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나라로 몰렸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지난해 26억달러로 18% 증가했지만 94년(31억달러)보다
적고 또 대부분이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 앙골라 카메룬 가봉 등에 치중
됐다.

결국 이 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산업구조를 제조업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국제기구의 원조대신 외국인투자를 확대하는게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모부투가 떠난 자이르의 새지도자로 확실시되는 반군지도자 카빌라도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국가경제의 회복"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군 점령지역에서는 이미 수출입품에 부과돼온 관세를 낮췄으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부서를 설치하기도 했다.

내전의 조기종식등 정치적인 안정을 통해 외국인투자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만이 자이르뿐 아니라 아프리카 경제 전반을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길로 평가된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