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국반환을 50일(12일 현재) 남겨둔 요즘 그동안 세계 최대
컨테이너화물 처리항구로 자리잡아온 홍콩항의 장래에 대한 낙관과 비관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홍콩항이 당분간 기존의 명성을 유지할 것이지만 대체항의
급속한 성장과 양안 직항로 개설, 상대적으로 고가인 항만사용료 등으로
홍콩항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동안 홍콩항의 뒤를 바짝 쫓아온 싱가포르항(96년 1천2백50만TEU)이
2~3년내에 홍콩항을 앞지를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내내 지구촌 해운운송의 수위자리를 지켜온 홍콩항을 약화시킬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양쯔강의 하류인 상하이(상해)항과 대만 가오슝항이 홍콩항의 해상화물을
급속히 빼앗아 갈 움직임이다.

지난달 중순 개통된 중국본토와 대만간의 해상직항로는 49년만의 직항
이라는 의미와 함께 홍콩항 환적화물량의 감소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홍콩항을 통해 수출돼왔던 중국 남부지방의 수출상품들이 거리상 가깝고
경비가 덜드는 샤먼(하문)항등으로 옮겨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얘기다.

상하이항과 홍콩을 둘러싼 중국의 치완항 쉐코우항 얀타이항 등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 GDP의 40%를 차지하는 양쯔강하류 상하이항은 준설등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의 입항여건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홍콩항을 겨냥해 외국적 환적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홍콩인근의 3개항들은 홍콩항의 항만하역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틈을 타
성장하고 있는 항구들이다.

그도그럴것이 홍콩항의 항만하역료는 부산항보다 1백6%, 가오슝항보다
73%가 높다.

따라서 해운관계자들은 현재 연간 40만TEU 수준인 3개항의 컨테이너화물
취급량이 2000년엔 4백만TEU에 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홍콩 부동산값의 상승과 컨테이너도난사건의 빈발도 홍콩항의 약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중국인들이 홍콩에 대거 몰려들면서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뛰는바람에 홍콩을 근거지로 삼을 메리트가 줄고 있다고
해운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게다가 홍콩의 치안상태가 느슨해진틈을 타 부두에 쌓아둔 컨테이너의
분실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이래저래 홍콩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홍콩항의 장래를 낙관하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해운업계관계자들은 "중국당국이 홍콩을 자유무역항으로 계속 유지
하기로 한 이상 홍콩항의 위상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현재 홍콩의 금융과 보험시장이 해상운송에 적합하고 선박의 수리 등에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게 홍콩항 낙관론자의 견해이다.

이런 홍콩항의 해운환경은 하루이틀에 조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홍콩항의
명성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선사들이 홍콩으로 대거 몰려드는 것도 홍콩항을 통한 해상화물량의
감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7월1일 홍콩반환과 함께 해운운송분야에서 사면초가에 몰릴 것으로 보이는
홍콩항.

컨테이너화물 처리물량 세계 1위의 영광을 누려온 홍콩항은 제2위인
싱가포르항에 수위자리를 넘겨줄 날만 남겨 놓고 있다는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추월당할 시점에 대해선 견해가 다르지만.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