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의 올해 경영사령탑 인사에서 연공서열파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본경영자로서는 새파랗게 젊은 50대들이 잇달아 사장자리를 꿰차고
앉는가 하면 비주류출신이 발탁되거나 물먹었던 사람들이 재기하는 경우도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게다가 외국계기업의 경우는 실적이 나쁘면 사정없이 사장을 잘라내
인사파괴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인사파괴열풍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딱한 경우를 반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기업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나타난 특징을 몇가지 간추린다.

<>50대의 대거등장 = 지휘권을 물려받은 사람들의 연령이 대폭 낮아진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사장을 새로 뽑은 주요대기업중 10여명의 50대사장이 탄생했고 평균나이도
6-7세가량이 젊어졌다.

특히 유통업체 유니의 사사키 고지 사장은 50세에 불과해 전임인
이에다사장보다 13세나 줄어들었고 야마토운수 도레이 아지노모토 등에서도
50대가 최고경영자 지위에 올랐다.

<>물먹고 재기 = 섬유및 의약품업체인 데이진 사장에 내정된 야스이
쇼사쿠 전무는 이회사의 주력인 섬유부문과는 인연이 먼 사람일 뿐아니라
5번이나 전출된 관록(?)을 가진 의외의 발탁자다.

전임사장은 "다양한 경험과 필름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공을 높이
샀다"고 말하고 있어 전출당했던 것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셈이다.

가정용품업체 가오에서도 이부문의 경력이 없는 고토 타쿠야 전무가
사장으로 승격됐고 시티즌시계에서도 시계사업과는 거리가 먼 하루다 히로시
전무가 내정을 받았다.

<>파격적 발탁 = 히노자동차에서는 유아사 히로시 상무가 14명을 제치고
사령탑에 올랐고 가와사키중공업에서도 가메이 도시오 전무가 8단계를
뛰어올라 정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결단력이 있고 역경에 강하다는 평가를 등에 업었다.

<>단칼에 처단 = 실적을 중시하는 외국계기업들에서 두드러진다.

애플컴퓨터의 일본현지법인사장은 불과 10개월만에 목이 잘렸다.

일본에서의 퍼스컴 판매가 본사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크라이슬러의 일본현지법인도 대일본시장 전략차인 네온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책임추궁을 당해 지난3월 일거에 밀려났다.

<>어부지리 = 51세의 나이로 노무라증권 사장에 취임하는 우지이에
준이치씨가 대표적이다.

총회꾼 친족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등의 말썽을 일으킨 노무라증권의
기본적 문제는 파벌간의 해묵은 반목이다.

그는 이번에 아무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국내영업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업계최고회사 노무라의 사장자리를 차고 앉았다.

< 도쿄=이봉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