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는 연착륙(soft landing)중인가.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들은 연착륙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관계자들은 "저물가 고성장"의 경제구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경제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연착륙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
하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홍콩등 외부 민간경제전문가들의 불안감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다.

정부당국의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가 되는 것은 거시경제(매크로)
지표들.

물가 성장 국제수지등 이른바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양호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94년 21%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95년 14.8%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는
6.5%로 안정됐다.

올해도 7%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정부측은 올해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을 "두자리수"인 10%선으로 예측한다.

당초 목표치인 8%보다도 2%포인트 높고 지난해 성장률(9.7%)까지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지난 1.4분기중 GDP성장은 9.4%를 기록했다.

통상 1.4분기의 성장이 가장 낮은 4.4분기가 높은 추세임을 감안하면
10%의 성장전망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국제수지도 흑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미시경제(마이크로) 지표들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거시지표들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준다.

기업들의 생산.판매현황이 대표적인 예.

정부통계에 나타난 지난해 기업생산증가율은 31%였다.

그러나 5천개 대기업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는 판매증가율이 겨우 3%였음을
보여준다.

생산은 많았으나 판매를 못해 재고로 쌓여 있는 것이다.

지수상으로만 성장했지 내용은 형편없다는 지적이다.

전력소비율에서도 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올들어 1-2월의 전력소비증가율은 3.4%.

전체 산업생산증가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증가율이다.

중국정도의 발전단계에 있는 나라들의 전력소비는 산업생산증가율보다
통상 20%이상 높게 나타난다.

중국경제가 전력사용을 그렇게 줄여도 될만큼 효율적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수출입구조도 마찬가지다.

수입은 1.4분기에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달러강세의 충격이 일부 영향을 줬지만 결국은 투자부진과 중간재 수요
부족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이 기간중 수출이 25% 급증한 것은 기업들이 재고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밀어내기수출에 나섰음을 말해 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균형의 핵심이 대기업, 특히 국영기업들의 경영위축에
있다고 지적한다.

섬유 자동차등 거의 전 업종의 국영기업들이 수요을 고려하지 않은채 생산
능력만 확충했고 그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영기업은 49년 공산혁명이후 처음으로 3백억위안(3억6천2백만달러)
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체들만 따져볼 경우 적자규모는 6백90억위안으로 95년보다
무려 45% 증가했을 정도다.

중국정부는 최근 국영기업개혁에 손을 대고 있다.

경제의 얽힌 실타래를 풀기위한 최우선적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영기업의 수술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도
못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제조업경기활성화를 위해 돈을 푸는 정책까지 검토중
이다.

긴축완화가 자칫 인플레를 자극하고 주식시장을 투기장으로 몰고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제연착륙"은 경기사이클상 어쩔수 없는 하강국면을 부드럽고 짧게
가져가는 것.

성공하면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설때 탄력을 받을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될수 밖에없다.

97년의 중국경제는 그래서 향후 몇년간의 경제기상도를 가늠해 줄 것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