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은 왜 둥글까"

하찮은 말장난이 아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회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사면접 질문이다.

<>맨홀이 둥글기 때문에 <>굴리기 편하게 <>뚜껑이 맨홀안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또다른 답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핵심은 그 안의 무한한 창조성이다.

요즘 미국 기업들은 이처럼 창조성과 직감, 유연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들을
찾고 있다.

면접도 달라지고 있다.

지원동기, 가족관계 따위의 의례적 질문은 사라진지 오래.

대신 수수께끼, 두뇌회전 퍼즐같은 다소 엉뚱한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순발력과 창조적인 끼를 테스트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맥켄지컨설팅사는 한 면접에서 "시카고엔 이발사가 몇명이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면접관을 바라보는 지원자는 곧바로 탈락이다.

추론과정의 논리성, 해답을 찾아가는 접근방식을 보며 점수를 매긴다.

"애틀랜타 올림픽 수영 경기장을 가득 채우려면 골프공이 몇개나 필요할까"
"후지산을 해체하면 돌멩이가 트럭 몇대분이나 될까"(부즈,알랜&해밀턴)
등도 비슷한 유형의 질문들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던지기도 한다.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입사 희망자들에게 "조지 소로스는
정신이상인가, 위선자인가, 엄청난 통찰력의 소유자인가"라고 물었다.

이때는 답변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당혹스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지원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지, 대답은 논리적인지, 금융에
대한 지식은 얼마나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게 목표다.

아예 면접을 모의 현장평가로 대체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하룻동안 실제 직책을 맡겨 각종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관찰,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실리콘 밸리의 구인방법도 흥미롭다.

소프트웨어업체인 오토데스크사는 개인으로 가장해 컴퓨터 통신에
프로그램상 문제점을 호소한다.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들에겐 일자리를 제의한다.

모르는 새 테스트를 당한 셈이다.

이같은 신조류 면접에 불을 댕긴것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 회장.
그는 "머리가 따라주어야 가르쳐도 쓸모가 있다"는 신념을 내세워 입사시험
에 IQ검사를 실시한다.

반발도 만만치는 않다.

현재 통용되는 IQ검사는 백인 남성에게 유리하도록 짜여 있다는 학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능 검사를 반대하는 측은 이같은 학설을 근거로 지능검사 결과가 입사를
좌우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변모하는 기업환경에 스마트한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예일대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는 "성공적인 지성"이란 저서에서 현대의
기업엔 IQ와 센스(순발력)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유력 경제격주간지 포브스도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들의 시대가 열렸다"고
지적한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사회구조,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이러한 환경속에선 "적응형" 인간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밖에 없기 때문
이다.

성실과 우직함-.

한때 취직 0순위로 꼽히던 "불도저형"은 이제 취업전선에서 저만치 밀려
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