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천안문 사태 유혈진압으로 홍콩 주민들에게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됐던 중국 인민해방군 선발대가 21일 홍콩에 첫발을 내디뎠다.

홍콩 주둔 해방군 선발대 1진 40명은 이날 오후 1시 부사령관 주백영소장의
인솔아래 국경검문소인 록 마 차우(낙마주)에 도착, 별도로 마련된 입국대
에서 일반인과 마찬가지의 입국 절차를 마쳤다.

인민해방군정복차림의 해방군 선발 1진은 이날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채
환영행사없이 홍콩 번호판을 단 8대의 차량에 분승, 홍콩섬 센트럴에 있는
영국주둔군 본부 프린스 오브 웨일즈 병영에 도착, 영국주둔군 사령관
브라이언 더튼 소장의 영접을 받았다.

주소장과 더튼 소장은 이날 본부기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해방군은 이날 도착한 선발 1진에 이어 6천여명의 본진이 주권반환일인
오는 7월1일 정식으로 진주하기에 앞서 총 2백명의 선발대를 홍콩에 미리
주둔시켜 본진의 주둔 준비를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소령급 이상의 장교들이 주축을 이룬 선발 1진은 본진이 도착하기전 14개
주둔기지 시설을 파악하는 한편 홍콩의 지리와 환경, 홍콩의 상이한 교통
체계 등을 숙지, 본진의 주둔 준비를 하는 연락부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앞으로 홍콩 주둔 영국군과 70여일 동안 홍콩에서 함께 지낼 선발대는
해방군에 대한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 부대내에선 군복을 입지만
일단 병영을 나서면 사복을 입기로 중-영양측간에 합의됐다.

홍콩섬 중심 센트럴의 영국군 병영과 스톤커트 해군기지에 분산 배치되는
선발대는 무기를 휴대하지도 않고 해방군기와 중국 오성홍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주민과 영국군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해방군과 영국 주둔군은 국제적인 군관례에 따라 국적에 관계없이 하위
계급자가 상위 계급자에게 경례를 하도록 합의하는 등 공동생활 규범도
마련했다.

영국군은 해방군 선발대에게 취사와 휴식 시설을 제공하고 연락장교들도
배속해 주지만 항상 수행하지는 않는다.

영국군은 어차피 해방군에 내줄 군사기지 및 시설 등을 대부분 선발대에
공개하지만 기밀 시설은 예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