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국 가운데 그런대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 경제가 계속
상승 기류를 탈 것이지,아니면 역풍을 맞을 것인지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5월1일의 영국총선을 분기점으로 경제및 사회정책이 현재와 자못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하는 선거철 영향이다.


특히 여론조사기관들이 이번 총선에선 노동당이 20년정도의 긴 야당생활을
청산하고 집권 여당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는 판세분석을 내놓고 있어 더
그렇다.

여론조사결과 선거시즌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중순이후 노동당의 지지율이
줄곧 보수당을 큰 차이로 앞서 왔다.

따라서 노동당이 승리해 토니 블레어 당수가 영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면 보수당의 "보도"인 대처리즘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대한 영국통들의 견해는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대처리즘엔 이상이
없다는 것.

70년대 절정이었던 영국의 고실업.파업병을 잡겠다며 마거릿 대처 전총리
가 제시했던 민영화및 노조약화 처방(대처리즘)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계속 경제.사회정책의 골격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들어선 토니 블레어당수가 대처 전총리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나서
대처총리의 지원유세를 얻고 있는 메이저총리를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블레어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대처 전총리를 주일본 대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노동당 선거캠프는 자신들의 집권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다시 원위치 되거나
사회복지비등으로 재정지출이 급증하는등 "큰 정부"가 되돌아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블레어 참모들은 기업인들을 만나면 노동당의 후원세력인 노동조합의
요구도 과감하게 묵살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혀 노조지도부가
오히려 노동당에 서운함을 표시할 정도다.

영국정세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유럽경영자총협회의 지그문트
치스키에비츠 사무국장은 최근 미국 비즈니스워크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당이 집권해도 기존 보수당과 비슷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같은 정책 불변론의 근거는 영국 경제가 현재 서유럽선진국들중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또 <>공기업 민영화 <>법인세율 인하 <>과감한 규제완화 <>재정지출 축소
<>노조 협상력 약화등을 추진해온 보수당의 대처리즘이 영국의 국가경쟁력
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인 이상 노동당 입장에선 대처와 메이저총리로
이어져온 보수당 정책을 받아 들일수 밖에 없다.

갈수록 돋보이고 있는 영국의 거시경제지표를 감안하면 블레어의 노동당은
보수당의 정책골격을 떠받들어야할 입장이다.

영국은 3%정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등이 제로 성장에 고심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실업률도 6~7%정도로 유럽연합평균(11%선)보다 눈에 띄게 낮다.

외국인투자도 영국으로 몰리고 있어 영국의 지방투자청들이 바쁜 일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동생산성에서도 영국은 이웃 서유럽선진국은 물론 미국 일본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18일자 논설은 지난 1세기간동안 쇠퇴해온 영국
경제가 상승무드를 타기 시작한 마당에 과연 어느 정권이 갑작스럽게 정책
기조를 바꾸겠느냐고 반문하는등 노동당 정부가 현행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5월1일의 총선이후 노동당이 집권하면 몇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가지는 노동당은 영국경제가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증폭됐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저임금제가 그것이다.

저임 선진국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제를 다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 내각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집권 보수당이 선거용으로 무리하게 저금리를 고집해 인플레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함께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교육투자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블레어당수가 교육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영국은 미국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공교육 시스템이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사실 이런 변화는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필수"정책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 정당에서 잔뼈가 굵은 토니 블레어당수가 집권해도
보수당의 "대처리즘"은 지속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