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마사요시(손정의)사장의 "뱅크시리즈" 후속탄이 나왔다.

손 사장은 최근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트랜드마이크로사와 함께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백신뱅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사장으로 일본 컴퓨터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손사장.

잇따라 뱅크시리즈로 회사를 세워 왔던 그에게 이번 백신뱅크는 5번째
작품이다.

손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염병 기근 재해 전쟁등 많은 위기를 헤쳐온
인류는 21세기 디지털사회에서 예상되는 컴퓨터바이러스대책에 본격, 착수
해야 한다"며 "백신뱅크는 일본기업들이 사용하는 디지털인프라의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신뱅크는 직접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아니다.

업계의 공동대처가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업계공조기관"이란 성격을
띤다.

우선 컴퓨터업계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회사안에 바이러스대책실을
설치한다.

백신뱅크를 공동설립한 트랜드마이크로는 SI업체의 대책실에 기술진을
파견, 기술과 정보를 제공한다.

소프트뱅크는 바이러스박멸을 위한 계몽활동과 SI업체들의 영업지원을
담당한다.

트랜드마이크로는 원래 백신프로그램의 개발업체로, 백신뱅크를 설립한
것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업계표준으로 삼는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를위해 손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

바로 주요 SI업체들을 끌어들이는데 손사장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회사의 출범과 동시에 백신뱅크의 업무구상에 동조, 바이러스대책실을
만들기로 한 SI업체는 이토추테크노사이언스 NTT데이타통신
노무라종합연구소등 14개사에 이른다.

그 숫자는 올해안에 30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사장이 그동안 뱅크시리즈를 항상 성공시킨 것은 아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화제를 모았던 게임뱅크는 PC용 게임
소프트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게임기용 소프트분야에 비교하면 판매된 카피(소프트웨어를 세는
단위)수는 크게 떨어진다.

PC용 게임소프트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NTT데이타통신과 함께 설립한 미디어뱅크는 당초 목표로 삼았던
비디오온디맨드사업(주문형 비디오)이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명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인터넷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바이더업체로 성격이
변했다.

이번에 설립한 백신뱅크에 대해서는 일단 업계의 평가가 긍정적이다.

일본기업들의 인터넷사용이나 인트라넷도입이 확대되면서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뱅크에 한발 앞서 백신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
매커피사가 일본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경쟁이 불꽃을 튈 것이란 예상이 어렵지 않다.

손사장의 뱅크시리즈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 소프트뱅크의 뱅크시리즈 ]

<>시스템뱅크 : 91년 미국 페로시스템스와 세운 합작회사.
SI 사업을 했으나 93년 청산.

<>미디어뱅크 : 94년 4월 NTT 데이터통신과 공동출자 설립.
비디오 온 디맨드사업을 지향했으나 현재는 인터넷정보
공급업체로 성격 변화.

<>게임뱅크 : 95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출자 설립.
PC용 게임소프트사업.

<>솔루션뱅크 : 96년 4월 소프트뱅크의 사업부로 설립.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윈도 NT의 업무용 응용소프트웨어 보급을 추진.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