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Freedom in the air, April 11, 1997, Economist >

세계 항공운송시장이 개방화바람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달부터 역내 항공운송시장을 완전히 자유화했고 일부 아시아
국가도 미국과 쌍무협정을 통해 영공개방을 선언했다.

온실에서 자라온 국제항공교통이 자유경쟁체제로 본격 이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을 통한 운임하락"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할
것이라게 중론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8일 미국과 양국 영공을 상호 개방키로 하는 "오픈스카이"
협정에 서명했다.

홍콩도 하루 전날 미국과 같은 내용의 협정에 합의했다.

오픈스카이협정은 당사국간 항공운임을 자유화하고 운항기의 노선, 횟수,
기종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다는 협약.

항공운송시장을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은 이를 통해 아시아항공운송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이다.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 아일랜드는 지난 93년이후 도입한 항공시장의
규제철폐조치를 이번에 완결지었다.

이로써 유럽 항공운송사들은 이론적으로 역내 모든 곳에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시장개방을 단행한 국가들의 구호는 "미국을 닮자"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78년 국내시장에 규제를 철폐한 후 신규업체들의 진입으로
가격인하경쟁과 함께 저운임시대를 열었다.

결과 미국내 여객기운항횟수는 규제철폐이전보다 두배가량 늘었다.

항공요금은 당시보다 3분의 1정도 낮아져 유럽항공운임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시아와 유럽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요원하게 보인다.

아시아의 경우 항공개방관련 다자간협정은 물론 쌍무협정조차 거부하는
나라들이 많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국과의 오픈스카이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유는 영공개방이후 미국업체들의 무차별공격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빈사
상태에 빠질까 두려워서다.

실제로 미국항공운송업계는 국내시장 규제철폐이후 약육강식의 처절한
투쟁을 전개했다.

신규설립된 1백80개 업체들중 경쟁에서 살아남은 항공운송사는 수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십분활용한 일부 대형업체들은 급속히 성장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 유나이티드 델타 등 미 3대항공운송사의 국내시장점유율은
78년 30%에서 90년대초 60%를 넘어섰다.

이처럼 강력한 미국항공사들이 아시아시장에 진입할 경우 현지회사들이
곤경에 처할 것은 분명하다.

마 보탄 싱가포르통신장관은 "다자간 항공개방협정이 체결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서도 항공시장개방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신생사들은 주요공항에 취항권을 얻지 못하고 외곽으로 맴돌고
있다.

신생사들의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요공항들은 만원이다.

때문에 각 항공사들이 최근 요금인하방침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고객은
주요공항에 취항권을 가진 항공사들로 몰릴 가능성 크다.

더욱이 대형항공사 에어프랑스 등은 여전히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유럽항공사들이 수익성높은 미주나 아시아행 장거리노선을
다른 도시에서 개설하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

유럽각국이 미국 등과 쌍무협정을 체결해 놓고 있어 신규진입을 막기
때문이다.

가령 영국항공(BA)은 프랑스와 미국간에 체결된 쌍무협정 때문에 파리-
뉴욕간 노선을 개설못한다.

유럽의 영공은 개방됐지만 "업계의 새판짜기"는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리=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