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IG-메탈(금속노조)은 9일 실업난 타개를 위해 법정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3백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IG-메탈의 클라우스 츠비켈 위원장은
이날 베를린에서 독일 노동조합총동맹(DGB) 주최로 열린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 지도자 회의"에서 연방 노동청의 재정지원을 받아 주당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우선 오는 99년 금속과 전자부문에서부터
이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정상회의로도 불리는 이 회의에는 노조, 기업, 정당, 종교, 사회단체
대표등 6백여명이 참석, 독일의 실업난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츠비켈 위원장은 또 99년 이전까지는 산업 전부문에서 현재의 법정 근로
시간인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초 노.사.정 3자가 참여한 "고용과 생산입지 안정을
위한 연대 협상"에서 노조가 약속한 실질임금 포기 제안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기업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금속산업경영자협회(게잠트메탈)는 츠비켈 위원장의 발표 직후 근로시간
단축이 독일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
을 표시했다.

또 훈트 독일사용자협회(BDA) 회장은 "기존의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독일의
국제경쟁력에 큰 약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더 줄일 경우
오히려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츠비켈의 주장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근로시간은 단축할
것이 아니라 유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공영 ARD TV는 정치인들도 츠비켈의 제안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갈려 있다고 전했다.

이 TV는 오스카 라폰텐 사민당(SPD) 당수가 주당근로시간 단축안을 지지
하고 있는 반면 집권 기민/기사연합(CDU/CSU)의 볼프강 쇼이블레 원내의장은
노동비용이 더올라갈 경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