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가 달러당 126엔을 넘어서 130엔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달러화는 8일 도쿄시장에서 오후 2시 한때 126.09엔까지 치솟았다.

지난 92년 8월21일이후 최고치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125.82엔까지 상승, 4년2개월만에 세운 기록을
또 다시 갱신한 것이다.

이번 달러가치 폭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지난 주말 도쿄를 방문한 루빈장관은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율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엔저로 인한 대일 무역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강한 달러"는 여전히 미국경제에 이익이라는 그의 입장이 다시한번
강조된 것이다.

사실 루빈장관의 발언은 달러강세의 촉매제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미.일 양국간의 실질금리의 차이다.

뉴욕소재 스웨덴은행의 마이클 파라라 부행장은 "양국간 금리차이는
"천문학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달러강세의 뼈대"라고
지적했다.

10년만기 국채수익율을 보면 현재 미국은 연6.85%인데 비해 일본은
연2.2%에 불과하다.

양국간 실세금리차가 연5%수준에 육박하기는 10년만에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국제자금이 몰리고 달러화가 뛰는
것은 당연하다.

달러화는 올해 들어 엔화에 비해 8.31%올랐다.

2차대전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95년 4월(달러당79.75엔)에 비하면
무려 57%나 평가절상됐다.

이같은 달러가치 상승은 양국간의 금리차가 당분간 좁혀지기 보다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5월20일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3월 단기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에도 경기과열과 인플레조짐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재할인율 연0.5%라는 초저금리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더구나 4월부터의 소비세인상으로
오히려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기때문이다.

마쓰시타 일본은행 총재는 8일 금융정책과 관련, "당분간 초저금리
정책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락세를 거듭하던 미 주가의 완만한 회복세도 달러강세에 힙을
실어주고 있다.

6,500밑으로 붕괴됐던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지난 4일부터 반전,
6,555.91포인트까지 회복했다.

또 최근 유럽통화통합 전망이 밝아진 것도 달러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단일통화에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이
"유럽단일통화에 대한 가입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나오자 EU내 기축통화로서의 마르크 가치가 떨어지면서 반대로
달러가 뛰었던 것이다.

달러화는 7일 뉴욕시장에서 최근 1달만에 최고치인 1.7109마르크를
기록했다.

달러강세에 대한 서방선진국들의 제동움직임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세스방크의 한스티메총재는 최근 달러급등과 관련,
"G7중앙은행은 최근의 미 달러화강세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지 않고 있으며
또 각국 중앙은행들은 쉽사리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달러강세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등 G7국가들이
당분간 외환시장을 시장에 맡겨두자는 분위기다.

따라서 각국의 특별한 시장개입의사가 나오지 않는한 달러화는 각국의
시장경제를 반영,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