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합중국을 이룰 것인가.

낙관과 비관 양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EU(유럽연합)가 창설 40돌을 맞이했다.

1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25일 40년전에 처음 모였던 로마에 다시 모여
기념행사를 갖는다.

1957년 벨기에 프랑스 독일등 6개국은 2차대전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유럽합중국에 대한 비전을 그린 로마조약을 체결한 곳이다.

출범초기엔 정치 군사연합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경제통합이 우선목표로
설정됐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민족과 국경을 뛰어넘어 지역차원의 단일
경제권을 구축하는 작업은 착실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통합의 관건인 상품 사람서비스 자본이동의 자유는 거의 완성단계다.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99년을 목표로한 화폐통합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0여개 동유럽국가들과의 회원가입협상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오는 2005년경에는 회원국수가 지난 40년 로마때
보다 4배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원대한 비전과는 달리 현지의 지금 분위기는 "자축"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통합의 견인차라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가 엉망이다.

독일은 2차대전 직전을 연상케할 정도로 실업자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당장 경제가 어려우니 국익우선주의가 고개를 들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회원국확대를 놓고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지금 상태에서 회원국만 늘일 경우 결국 느슨한 연합으로 간다는 얘기다.

이 경우 유럽은 자유무역지대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영국은 이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고 동구권 또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물론 EU가 융통성있게 운용돼야 자국에 돌아오는 과실이 클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통합원칙론자들은 지금 상태에서 회원국 확대는
혼란만 초래한다고 반대한다.

회원국확대론이 지금 불거진 것은 경제통합에 대한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도 있다.

이로인해 정치국방통합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금 EU는 40년전 로마에서 나왔던 정치군사통합논의로 회귀한 느낌이다.

유럽의 완전통합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민족과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대륙차원의 공동체를
이룰려는 시도자체가 거꾸로 되돌려질 가능성은 없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