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는 미국의 유일한 아열대지역.

겨울이 오면 미국전역에서 휴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런 플로리다가 요즈음 "하이테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중에만
플로리다에는 1억달러가 넘는 벤처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졌다.

미국의 주별투자순위에서는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텍사스에 이은 4위.

1년전 8백50만달러가 투자돼 25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신장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통신 의료분야에 대한 자본투자가 현저하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에 대한 투자유치를 위해 불철주야 뛰는 곳은 엔터프라이즈
플로리다(EFI : Enterprise Florida Inc.)이다.

주정부내의 상무부를 제3섹터방식으로 민영화시킨 것으로 제3섹터는
민관합작에 의한 기업설립.운영등을 의미한다.

플로리다주정부의 상무부는 사라져 버렸다.

EFI는 연간2백50만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으며 현재는 이중 10%만을
민간에서 대지만 향후 5년내에 그 비율을 50%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각 주간에 기업유치전쟁이 치열합니다.

EFI는 그같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플로리다를
찾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충실한 인프라투자를 통해
좋은 경영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존 앤더스 EFI사장겸CEO)

플로리다는 기업들의 인건비 비중이 미국평균인 총비용의 17%보다도
낮은 지역이며 양질의 노동력도 풍부하다.

개인소득세 자산세가 없으며 법인소득세도 5천달러까지는 세액공제를
받은 후 5.5%를 부과하기 때문에 미국내에서 가장 텍스헤븐(Tax Heaven)에
가까운 곳으로 분류할 수있다.

이같은 사정으로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플로리다중부의
올랜도주변에는 이미 5천여개의 제조업체가 군집해 있다.

항공우주산업과 여기에서 파생된 세계 최첨단의 컴퓨터시뮬레이션
레이저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반도체 통신산업등이 발달했다.

7백여개에 달하는 인큐베이터(벤처기업이 사업화에 성공할 때까지
자금 설비등을 지원하는 기관)는 플로리다의 또 다른 자랑이다.

"예전에 살던 메릴랜드에 비해 이곳은 규제가 적으며 연구에 필요한
설비도 충실히 갖춰져 있습니다"마이애미의 헬스 테크놀로지 센터에
입주해 있는 앨버트 헤이시스의 설명이다.

이곳과 같은 인큐베이터에 대해 입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장점은 <>경비절감이 가능하고 <>경비체계가 있어 안전하며 <>마이애미대학
이나 메디컬센터가 인접해 있어 임상실험을 하기에도 용이한 것 등이다.

7백여개의 인큐베이터중에서 70%(약5백개)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지원대상업체에 일정한 사업규모나 담보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영자에게는 그저 일하려는 마음과 특허같이 실력을 입증할 수있는
객관적인 자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플로리다는 원래 군수산업의 거점으로 유명했다.

NASA의 케네디우주센터와 종업원7천명이 넘는 록히드 마틴등 군수업체가
이곳에 모여있다.

그러나 냉전종결에 따른 군비삭감으로 미국의 군수산업은 대대적인
재편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해말에 있었던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간의 합병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의 재편과 리스트럭처링의 물결은 많은 우수기술자들에게 벤처로서
새출발할 수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70개월이라는 사상 3번째로 긴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플로리다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평균을 웃도는 성장률과 저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저변을 받쳐주고 있는 힘이 바로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벤처들이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