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의 인도행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6년전 인도가 경제개방을 시작했을때 일본 기업들의 관심은 온통
중국뿐이었다.

인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제도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에 대한 확신이 서는 분위기다.

인구 10억이란 내수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하고 있다.

일본의 인도에 대한 투자액(승인기준)은 지난 91년이후 지금까지
4백25억루피(약12억달러).미국(71억달러)의 4분의1선이다.

그러나 이제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곧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다.

"먼저 뛰었다고 항상 1등은 아니다.

미국은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

유이치 사가와 이토추상사 인도담당본부장의 자신에 찬 말이다.

지난 2월 일본은 인도정부와 제조.무역박람회를 공동개최했다.

참여한 일본기업은 1백35개사.

최근 5년간 일본이 파견한 최대 해외사절단이다.

미국 기업은 20여개만 겨우 참석했을 뿐이다.

"박람회=투자증가"는 아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뉴델리주재 일본대사관의 기니치 고마노 경제공사는 "인도관리들은
불과 얼마전만해도 일본기업들의 무성의를 힐책했지만 지금은 그런
얘길 들을수 없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일본 붐"이 느껴질 정도"(고이추미 미쓰비시 인도지사
부사장)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실제 최근들어 일본기업의 인도 진출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자동차 합작조립공장 설립에 2억4천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토추상사도 호텔신축은 물론 자동차바이어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쓰비시도 4억달러규모의 석유화학공장설립 계획을 확정했다.

일본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도요타자동차도 최종 투자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마노 공사는 "도요타가 들어오면 인도에서 일본이란 존재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금융기업의 대명사인 노무라증권도 뭄바이소재 UTI증권거래소
인수협상을 추진중이다.

이미 13개 합작선을 갖고있는 미쓰비시는 합작선과 투자규모를 훨씬
더 확대, 앞으로 5년간 55억엔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지금까지 투자액(11억엔)의 5배에 달한다.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자 항공사들도 바빠졌다.

4년전에 정기항로를 끊었던 일본항공(JAL)은 지난 10월 인도노선을
재개했다.

다른 일본 항공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인도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물론 인도진출 기업들이 당장의 이익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인도경제가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한한 성장잠재력에 이제 시동이 걸렸을 뿐이다.

대우자동차 GM 포드 등에 비해 늦게 뛰어든 혼다자동차는 "5년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 다행이지만 더 기다릴 수도 있다"고 밝힌다.

자동차시장이 그렇게 빨리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상실당할 것이란 얘기다.

인도측의 일본기업 유치노력도 적극적이다.

인도 경제개혁의 총사령탑인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지난 11월 직접
일본을 찾았다.

민간기업의 투자유치설명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기업인을 만나는게 일정의
대부분이었다.

인도 증권거래소장이 이달초 도쿄에서 인도증시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계속되고있다.

인도투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합작파트너와의 고질적인 불화,관료주의적인 간섭 등이 과거 진출한
기업들에 "소름끼치는" 방해요인이다.

지금까지의 1세대 진출기업들이 고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도의 경제개혁이 이런 고질병을 얼마나 없애줄지가 외국기업 인도진출의
속도와 양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