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인들에게 이번 봄은 썰렁하기만 하다.

불경기의 한파가 워낙 매섭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줄이고 봉급도 반납했다.

경비절감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애기다.

반면 태평양 건너편의 상황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의 기업인들은 요즘 "꽃피는 봄"을 만끽하고 있다.

예년같으면 연봉협상 결과를 놓고 희비가 엇갈릴 즈음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연말 결산기엔 저마다 순익이 사상최대였다며 선전하기 바빴다.

따라서 올해 최고경영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더욱 후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몸값"은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모르는게 약"이라고
충고한다.

일반인들의 어림짐작으론 도저히 꿈도 못꿀 "쇼킹"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우량 기업일수록 최고사령관에 대한 대우는 천정부지로 뛴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월트디즈니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디즈니 이사회는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에게
엄청난 스톡옵션을 제공한다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향후 15년동안 회사주식 8백만주를 액면가로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이다.

디즈니측은 이것이 최소 1억9천6백만달러는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지난해 지급된 연봉이 8백65만달러.

따라서 이 둘을 합치면 2억달러(한화 약 1천7백60억원)를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디즈니측은 전혀 아깝다는 표정이 아니다.

지난 84년 다 쓰러져가는 월트디즈니를 맡아 세계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낸 사람이 바로 아이스너 회장이다.

당시 20억달러에 불과하던 회사자산은 10년만에 2백80억달러로 불었다.

주가도 2천4백%나 뛰어올랐다.

게다가 디즈니는 작년말 마이클 오비츠 사장을 내보내면서 9천만달러의
위자료를 쥐어 줬다.

이를 생각하면 아이스너 회장에게 2억달러는 오히려 "미안한" 액수라는게
회사 분위기.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도 고액연봉자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16년전 코카콜라 왕국에 입성한 그는 "미국 기업사상 가장 높은 주가수익
비율(PER)로 가장 많은 이익을 주주들에게 선사한 경영인"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물론 그 덕분에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가치도 5억9천1백만달러 이상
으로 껑충 뛰었다.

코카콜라 주주총회의 허버트 알렌 의장(알렌&컴퍼니사장)은 "고이주에타에겐
더이상 돈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그에게 95년 2천5백만달러규모의 스톡옵션을 제공한데
이어 작년엔 7백만달러를 현찰로 지급했다.

지난해 최고수익률을 올린 제너럴 일렉트릭의 잭 웰치 회장도 봉급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그의 연봉은 1천만달러에 육박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1천만달러의 스톡옵션이 더해졌다.

따라서 스톡옵션과 연봉을 묶어서 계산하면 2천만달러는 너끈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95년(2천5백만달러)에 비하면 "박봉"이지만.

이 "몇천만달러의 사나이들"은 월 스트리트에선 전설적인 존재다.

젊은 야심가들은 이들을 살아 있는 신으로 받들고 있다.

하지만 소시민들이 활보하는 "일반거리"에서야 이들이 받는 천문학적
봉급엔 "할말도 해줄말도 없다"는게 한목소리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