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켠뒤 실제 사용할수 있을때까지는 1,2분의 시간이 걸린다.

이른바 "부팅"에 걸리는 시간이다.

대부분 별 생각없이 기다린다.

"부팅타임"은 꼭 필요한 것인가.

미국 피츠버그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학과의 레이즈 레디학장의 대답은
"노"다.

이 기다리는 시간을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연간 2백50억달러(약 20조원)의
엄청난 손실이란 지적이다.

레디학장의 계산은 다음과 같다.

"윈도 95"를 사용하는 6천만명의 미국인들이 하루에 1,2분씩 부팅하는데
낭비한다.

이 시간을 합하면 1천명의 1년간 근무시간에 달한다.

1인당 평균연봉을 10만달러로 볼때 이는 하루에 1억달러, 연간 2백50억
달러를 의미한다.

이처럼 낭비요소로 지적되는 "부팅타임"을 없애는 것은 컴퓨터업계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95"에 밀린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물러설수 없는 싸움인 셈이다.

레디학장의 주공격 대상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서 최근 "온나우(On-Now)"
라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올 연말까지 부팅타임을 없애려는 작업반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인간을 부팅하는데(사회활동이 가능한 성인이 되는데) 20년가량 걸리는데
1,2분이 큰 문제이겠냐"(나탄 미르볼드 수석부사장)는 자조어린 농담이 나올
정도다.

경쟁사들도 모처럼의 만난 기회를 놓칠리 만무다.

애플사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우리가 먼저 돌을 던지지는 않을 것"(로렌스
테슬러 연구책임자)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막대한
투자에 들어갔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상당수의 벤처캐피탈들도 이 문제해결에 혈안이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