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세금리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기채권인 30년만기 재무부
채권(TB) 수익률이 18일 장중한때 연 7%를 넘어섰다.

작년 8월이후 7개월만이다.

몇년간 안정세를 보이던 시장금리가 작년말부터 오르기 시작,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 7%''까지 돌파한 것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
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임을 뒷받침한 채권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이미
당연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증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달초 다우주가지수가 7,000포인트를 돌파하는등 초강세장을 연출했으나
최근들어 "수직하락" 양상을 보였다.

금리가 연7%를 넘어선 18일에도 다우지수는 오후 한때 100포인트이상
떨어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종가는 사상최고치였던 지난 11일의 7,084.40에서 한창 멀어진
6,896.56였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미국 경제가 과열기미
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가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

과열은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지난 연말 그린스펀 FRB의장이 "금융시장의 이상과열조짐"을 지적한 것도
바런 이런 현상을 우려한 탓이다.

금융시장관계자들은 "인플레조짐이 확연하게 나타나면 FRB가 즉각 금리를
인상할 것으므로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 낌새만 보여도 먼저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다"며 "최근의 시장움직임도 이런 현상을 반영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이날 채권수익률상승도 상무부의 주택착공건수 발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중 주택착공건수는 전월에 비해 12.2% 증가했다는 것.

예상(6%)보다 2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택착공건수는 소비자물가 임금상승률 등과 함께 경기과열을 반영하는
경기지표.

따라서 그만큼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런 추세라면 FRB가 오는
25일 금리결정회의인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과열 징후는 지난 13일 발표된 소매업매출과 고용시장 동향에서도
엿볼수 있었다.

2월중 소매업매출증가율이 당초 예상(0.6%)보다 높은 0.8%로 나타났다.

실업신청건수도 1주전보다 5천건 감소해 노동시장의 과열에 따른 임금인상
가능성을 자아냈다.

이때도 다우지수는 하루만에 무려 160.48포인트나 수직하강했다.

물론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관측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근거는 최근 물가동향이다.

물가상승률은 FRB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

1월중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에 비해 0.1% 상승에 그쳤다.

19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2월중 소비자물가지수도 낙관적이다.

전월대비 0.2% 상승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FRB가 증시투자가들과 기업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리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FRB가 어떤 정책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은 일단 금리인상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물론 시장이 먼저 움직여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면 FRB가 금리를
인상할 필요도 없어지겠지만.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